"일본의 자동차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미자동차업계는 지금까지 세계최강을 자랑해온 일본의 자동차산업이
마침내 퇴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조심스런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의 미자동차시장 판매실적과 시장점유율 동향을 분석해 볼때 일본차의
독주시대가 이미 끝나가고 있음을 읽을수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일본차의 판매부진이 거품경제의 붕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도 재기하고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뚜렷해지고 있는
일본차의 미시장 판매감소가 예전과는 달리 경쟁력 자체의 약화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차의 몰락"이라는 표현이 지나친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상반기중 미자동차시장 판매실적을 보면 "미국차의 약진"과
"일본차의 쇠퇴"를 분명하게 감지할수 있다.

이기간중 GM(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등 빅3(미3대자동차메이커)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동기대비 11.4% 증가한 5백25만대를 기록,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차는 같은기간 1.1% 감소한 1백52만8천대에 그쳐 미시장점유율이
23.8%에서 21.9%로 1.9%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차가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것은 올들어 급속한
엔고현상으로 일본차의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데다
품질경쟁력면에서도 미국차에 추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본자동차업계가 미자동차업계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확보할수
있었던 것은 세가지 이유에서 였다.

첫째는 미빅3가 자기들만의 독점체제에 안주해 경영혁신에 소홀했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80년대초의 달러고와 고금리 고임금등으로 미자동차업계의
생산비용이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높았었다는 점이다.

셋째는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으로 미자동차시장의 수요구조가
대형차에서일본메이커에 유리한 소형차 쪽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일본을 배워서 일본을 넘어선다"는 빅3의 대반격으로 품질이나 디자인
차의 성능면에서 미국차의 경쟁력이 현격히 향상돼 미.일간의 차이가
완전히 사라졌다.

미자동차 시장의 수요구조도 최근에는 일본메이커에 불리한 미니밴과
소형트럭등 상용차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 상반기 미자동차시장의 판매실적을 보면 승용차는 전년동기대비
2.0%증가한 4백30만4천대에 그친반면 상용차는 18.2%나 늘어난
2백68만1천대를 기록했다. 미자동차업계는 미니밴등 상용차에 관한한 예나
지금이나 일본차에 비해 압도적인 경쟁력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만을 놓고 볼때도 일본메이커의 전체 상용차 판매대수는 빅3중
가장적은 크라이슬러에도 못미친다.

더욱이 올들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엔고 현상으로 일본차의 경우 5~8%의
가격인상요인이 발생해 일본차의 가격경쟁력이 눈에띄게 약화되고 있다.
미페인웨버사의 조사에 따르면 85~93년 사이에 일본차의 가격은 평균 51%
인상된 반면 미국차는 27%인상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일본 자동차업계의 급속한 임금상승으로
제조비용면에서 일본차가 미국차에 뒤지고 있다는 점이다.

85~92년사이에 일본의 자동차산업 임금은 엔기준으로 30%,달러기준으로
1백50% 상승한데 비해 미국은 18%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그 결과 92년말
현재 일본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23.05달러,미국은 21.30달러로 일본이
미국에 비해 8%정도 더 높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