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K모씨(30)는 한달에 한번꼴로 대학시절 친한 친구들과 어울린다.

5년째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그는 지난해 결혼도 했다. 그래도 또래들과
같이 노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직장상사들과 같은 놀이문화를 공유하는것이 사실 힘듭니다. 우리세대는
우리세대의 의식과 문화가 있으니까요"

세대별 문화적인 분화가 가속화되고있다. 10대의 문화를 30대가
이해못하고 30대의 문화를 40,50대가 이해하지 못하고있다. "문화의 단절"
"문화지체""문화의 치화"라는 용어가 쉽게 먹혀들어가고있다.
20세기후반에 들어 우리 사회가 겪었던 미증유의 급격한 사회변동은 세대간
이질적인 문화경험 문화환경을 낳고있는 것이다.

신한종합연구소가 발행하는 "신한리뷰93"여름호는 "세대별라이프스타일
연구"라는 글을 통해 문화적인 차이에따라 10대를 뉴키즈세대,20대를 약관
세대,30대를 베이비 붐세대,40,50대를 뉴그레이세대로 이름붙이고있다.

컬러TV를 보면서 자란 뉴키즈세대는 활달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하며
자기실현을 앞세운다. 매사가 즉흥적이고 비디오를 보거나 컴퓨터게임을
즐긴다. 패션과 정보를 중시하며 혼자의 문화를 즐기는 세대이다.

총인구의 19.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있는 약관세대는 문화의
변화바람을 가장 많이 탄 세대이다. 이데올로기의 종언과함께 찾아온
해빙무드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한다. 전통문화를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햄버거와 피자를 먹는 세대이고
반미구호를 외쳐대면서도 미국직배영화를 즐겨보는 이중적
페르소나(가면)세대이다.

50년대 물자부족시대에 출생한 베이비붐세대는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중간에 끼여 문화의 변이를 가장 많이 겪은 세대. 스스로 현재사회를
이끌어가고있는 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대의 조류에 뒤떨어지지않을까
걱정하는 민감한 세대이다. 가족지향(Family oriented)페미니즘(Feminism)
유락지향(Free and easy)의 3F를 지향하기도한다.

한국사회 발전의 주역이라는 긍지를 지닌 뉴그레이세대는 일이 곧
문화라고 할수 있을만큼 "일벌레"세대. 자신의 의견보다 조직의 논리를
중시하며 급격한 변동기인 60~80년대의 한국사회를 꾸려나왔다.

그래서 저돌적이랄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을 극복해나가는 투쟁적인
면이있다. 그러나 권위와 전통을 중시,신세대와 항상 부딪히는 세대이다.

이같은 분석작업을 시도한 박영배씨(신한종합연구소 책임연구원)는
"서구사회와 달리 우리사회는 20세기후반에 엄청난 변화를 거듭
겪어왔다"고 전제한뒤 "이 변동으로 인해 각세대들은 나름대로의
문화경험을 갖고있으며 이문화들은 엄청나게 다른점을 엿볼수있다"고
전한다. 특히 컴퓨터와 영상매체의 출현은 문화적충격이라고 할만큼
완전히 다른 문화양식을 낳고있다는 것.

이 문화의 차이,의식의 차이는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있다. 신세대는
기성세대를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라고 비꼰다. 기득권을 신세대에게 조금도
물려주지않고 독차지하고있다고 비난한다. 대화할수없는 세대라고 극한
표현을 서슴지않는다. 이에맞서 기성세대는 신세대를 버릇없고
참을성없는세 대라고 깎아내린다. 개인만을 우선시하고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기피한다고 성토한다. 그동안의 업적을,그동안의 성과를
몰라준다고 아쉬워하기도한다.

문화를 향유하는 점에서도 엄청 차이가 난다. 10~20대는 컴퓨터음악과
랩음악을 즐긴다. 한정된시간내에서 많은 것을 얻으려한다. 자연히
템포가 빨라지고 인스턴트화 된다. 코미디를 좋아한다. 30대는
나름대로의 문화를 구가하려 애를쓴다. 40대이상은 문화를 수용할수있는
기본적 토대가 견고하지 못하다.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71.6%가 영화를 보았고 20%가
연극을,19.8%가 박물관을 관람했다고 응답한다. 30대에는 35.3%가
영화를,19.5%가 박물관을 구경했고 11.3%가 연극공연을 가본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비해 40대는 19.5%가 영화를 5.1%가 연극을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50대는 5.3%가 영화를 봤으며 1.5%만이 연극을 보았다고
대답했다.

문화적 단절이 심해지면 사회는 거꾸로 흘러간다. 서로를 불신하고
집단이기주의만 강조하면 서구사회에서 볼수있는 건전한 시민사회의
성숙이란 기대할 수없다.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잇는 문화적가교는 없을까. 박영배씨는 여기에서
공정한 룰을 강조한다. 서로간의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함께하는 공동체문화를 찾기위해서 일정한 윤리가 있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형 문화가 필요한 것도 이때문이다.

<오춘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