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립대학 입학부정 문제는 범법자의 처리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닌것 같다.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끝없이 되풀이 될 문제이다.

여태껏 사립대학 설립에 있어 정부는 대학경비의 재원이 될수없는
비생산적인 토지등을 기본재산으로 인정하여 대학설립을 허가해 왔다.

역사가 길고 재정이 충실한 일부 사립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대학자체가 갖는 생산적재산이 극히 빈약해 대학운영을 전적으로
학생납입금에 의존해왔던게 사실이다. 이로인해 대학행정당국자들은
학과증설 정원확대를 통한 납입금증대에만 정신을 쏟아왔고 학생수가 보통
1만~2만명을 넘는 대규모대학을 만들어왔다.

규모확대에 따라 대학재정수요가 불어나면서 대학은 자승자박하는 불행한
방향으로 부지불식간에 줄달음쳐 온것이다. 대학이 커짐에 따라
재정규모도 더욱 커져야 하는데 매년 납입금인상만으로는 그 속도를 따라
갈수 없고 도저히 현대대학의 경비수요를 당해낼수 없었다.
교수봉급인상,연구비의 증가,연구시설의 확충등에 필요한 재원을 다소의
학생납입금인상만으로는 감당할수 없고 이런 대학재정문제는 좀처럼
해결될수 없다는 중압감이 오늘의 대학입시부정을 촉발시킨 원인이라고
볼수있다. 대학이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납입금인상이 한계에 도달하자
부정입학으로 얻은 돈을 대학경비에 충당해왔고 이 과정에서 대학관계자나
일부교수들까지도 중간에 이를 부정착복하는 사례가 늘어 왔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대학불신의 풍조는 극에 달하고 있다.

그동안 이른바 기부금입학을 정당화하는 궁색한 논의도 많이 등장했다.
그런 주장이 아직은 세불리한 상황에 있으나 대학 당국자들은 그런논의를
다시 들고나올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돈과 입학을 맞바꾸는 기부금입학이 제도화된다면 오늘의
부정입학으로 논란되고 있는 대학의 난잡한 행태가 더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벼락부자의 아들들이 돈으로 사는 일류대학입학이 확대될
가능성이있고 더크고 새로운 부정이 대학가에서 발호하게 될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것은 유명사립대학 총장들조차 단 몇%라도 기부입학을 정부가
허용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공석상에서 공공연히 말하는 것이다. 물론
대학행정당국자로서의 고충을 모르는바 아니나 우리는 위에서 지적한
이유때문에 이에 찬성하기 어렵다. 입학생들은 생명을 걸고,아니 일생의
명예를 걸고 입학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가지
오늘의 민주사회가 형평을 몹시 부르짖는 풍조에 비추어 볼때 저소득층의
저항은 더욱 강해 질것이고 대학은 그 나마의 안정을 깨뜨리고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것이다. 어떤사람은 돈많은 사람들의 돈을 뜯어다가 없는
계층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국.사립을 막론하고 모든 대학은 국가의 교육기관이며 따라서 국가는
곤경에 빠진 사립대학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잠시 그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오늘날 대학재정문제의 해결책은
새로운 방향에서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절박한 대학재정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선 여기서
우리와 같은 재정난을 겪어 왔고 현재도 겪고 있는 미국대학의 경우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재미유학시절 미국의 몇개 유명대학들
총장실에서 나오는 대학재정에 관한 스테이트먼트를 받아 본 일이 있다.
그것을 보면 미국의 일류대학들도 우리와 같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고
대학활동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미국대학의 재원은 대체로 세가지인데 첫째는 대학재산수입,둘째는
학생들의 납입금,셋째는 정례적인 대기업의 기부금과 졸업생들의 애교심을
바탕으로한 5~10달러정도의 소액기부금등이다.

이중 대학재산수입이나 학생납입금은 대개 안정되어 있으나 기부금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유명한 대학들의 재정도 이런 형태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작은대학이든 큰 대학이든 대개는 모금부서를 두고 있고 그 직원은
모두 모금에 종사한다. 미국에선 교육서비스가 미흡한 대학엔 고객인
학생들이 안오므로 학생모집직원들이 주변지역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면서
갖은 유인책을 다써서 학생들을 몰아 온다. 사실 이런 따위의 대학들
가운데는 웬만한 기부금만내면 학생을 입학시킬수 있을뿐아니라 명예박사도
살수 있는 대학도 있다.

원래 미국의 오래된 유명 대학들은 랜드.그랜트대학이라고 해서 초기에
국가로부터 광대한 토지를 양도받았다. 그래서 이것이 어느 경우에는
방대한 대학재산을 형성하게 되었다. 미국에서나 할수 있었던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학교만이 일제때 동경제국대학이 갖고 있던 임상을
연구하는 연습림이 지리산에 약5,000만평,관악산일대에 약270만평이
있었는데 이것이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으로 귀속돼 원래목적대로 잘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미국의 사립대학이 국가로부터 받은
토지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어쨌든 미국의 사립대학들도 우리의
사립대학들과 같이 재정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재정난때문에 미국에서는 군소사립대학들이 우리나라 국립대학과
같은 주립대학으로 변해가고 있다.

내가 코넬대학에 객원교수로 가있을때 뉴욕주립대학의 캠퍼스가 54개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각사립대학의 학생들은 모두 뉴욕주의 학생들이니
사립대학이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되면 주가 그재정을 맡고 주립으로
전환돼 그 수가 늘어난 것이다. 그중 어떤대학은 제법 큰 대학인데도 역시
뉴욕주에서 재정을 부담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도
버클리캠퍼스를 위시해서 여러지방 사립대학들이 주립으로 탈바꿈한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재정이 넉넉하다면 재정난을 겪는
사립대학들을 인수,공립대학으로 만들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서울시립대학이라는 공립대학이 하나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재정이 부실한 사립대학을 시립이나 도립으로 만드는 것도 부정입학같은
것을 막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또 미국에는 이런 경우도 있다. 주가 어떤 사립종합대학교의
단과대학하나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다. 종합대학의 일부대학만이
재정적으로는 주립대학이 되는 셈이다. 코넬대학교의 농과대학은 미국에서
제일 큰 농과대학인데 이 예산전액을 뉴욕주에서 부담하고 있다.
시라큐스대학교의 경우는 임학과가 뉴욕주의 재정지원을 전적으로 받고
있다. 이런식은 대학재정이라는 면에서 볼때 사립과 국.공립의
중간형태라고 할수 있다. 이같은 방법도 대학의 재정난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유럽의 대학들은 미국과 달리 대학은 원칙적으로
국립이어서 국가재정에서 돈을 받고 있기때문에 우리나라나 미국과 같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현실과 외국의 예를 볼때 우리의 대학재정의 해결방법은
모든 사립대학들은 그대로 두면서 국가가 재정적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사립대학의 대학설립이상과 사대운영의 방법은 그대로
인정하면서 재정적으로만 국립대학이 되게하는 것이다. 국.공.사립대학을
막론하고 그것들은 다 국가의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재정난에 빠져있는
대학은 정부가 지원할 의무가있다.

그러면 국가는 무슨 돈으로 그많은 수의 사립대학에 지원을 할것인가. 그
대답은 간단하다. 그런 수많은 사립대학들은 무슨돈으로 현재 경영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현재 받고있는 학생납입금인데 그 납입금을
국고로 들여보내고 정부(국고)는 대학이 낸 예산안을 검토해서 운영할
만큼의 돈을 내주는 것이다. 현재의 국립대학들과 재정적으로는 같은 식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자연과학계대학시설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갈것으로
본다면 인상하기 어려운 학생납입금만 가지고는 대학같은 대학을 만들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국고가 사립대의 재정을 지원한다면
납입금이상이라도 필요에 따라 낼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할때 사립대학의 창립자들 또는 이사들은 창립의 이상을
주장하며 정부의 재정적개입을 배제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사대재정의 국가지원은 현재 사립대학의 실제운영에는 물론
관여하지 않고 대학재정의 부족으로 인한 입학부정을 막고 앞으로 증가하는
대학재정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것이 사립대학재정난해결의
분명하고도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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