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지역의 노사분규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려를 낳게하고 노사관계
발전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시키고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하루나마 총파업(general strike)에 해당되는 대규모 연대파업을 한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요구사항이 기업의 폐쇄나 대량해고 또는 임금삭감과
같이 절박한 것도 아니고 해고자 원직복직을 비롯하여 기업으로서 당장
들어주기 어려운 것을 내걸고 파업으로 치닫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무엇보다 국민적인 고통분담분위기를 앞장서서 깨고 있는 책임을 면할수
없다.

노동조합의 무리한 요구와 행동은 사용자측의 기업내 노사관계개선에 대한
무성의 무책임에 대한 비판의 여지를 묻어 버리고 있다. 최근의 사태는
나아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과 노동관계법에서 규정한 단체교섭제도나
쟁의조정제도의 유효성 내지 적합성에 강한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즉 현재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각종 법령예규가 과연
우리사정에 알맞는 것인가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단체교섭제도나 쟁의조정제도는 선진제국의 제도를 본떠서
노사간의 자율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자제력과 양식을 갖춘 인간상을 전제로
하고있다. 최근 일련의 노사간 갈등은 노5사 각각의 시각에 큰 차이가
있고 자율결정의 능력에도 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용자가
기업내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하여 애쓰고 적극적으로 노동조합을
수용하면서 기업의 사정을 알리고 관계개선에 힘쓴 기업은 그나마 노조도
이해와 협력의 자세로 돌아서 왔다. 그러나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몇몇
그룹 또는 대기업에서는 대립적노사관계의 극복에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
노사관계의 개선은 노사쌍방이 노력해야지 법조문에 쓰여진 장치에만
기대서는 안된다. 어떤식으로든 직권조인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나
법테두리안에서는 어떤 무리한 요구도 정당하다는 생각은 모두 잘못이다.
파업제도에 직장폐쇄의 대응방법 밖에 없는 기업으로서는 노조의 무한
투쟁에는 전혀 무력하다. 자제력 없고 책임감 없는 노조는 바로
한국경제를 "합법적"으로 망하게할 수도 있다.

일본적 노사관계의 성공의 요체는 독과점하에서 기업별노조는 스스로
독과점기업들과의 경쟁을 의식하여 결코 지나친 임금 인상투쟁을 하지 않고
기업에 협조하는데 있다. 기업이 사내유보를 통하여 기술개발에
투자함으로써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고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게
된것이다. 한국도 비슷하게 독과점하의 기업별노조 위주이지만 노조의
행태는 일본의 노조와는 크게 다르다. 앞으로 노사가 합심협력하여 일본의
것과 유사한 기업내 노사관계를 이룩할수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재의 법체계에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동찰력과 지도력이 기대되며
노동운동이 자제되어야 한다. 자제와 자율능력의 결여는 타율을 자초하기
때문이다.

사실 노동3권과 관련하여 미국의 사용자는 여러가지 대응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우선 종업원50%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노동조합의 결성이
불가능하다. 또 기업은 여러 공장중 노조가 가장 강한 공장부터 폐쇄할 수
있으며,일시해고(lay-off)가 가능하고 경제적 파업의 경우 파업중의
근로자를 대체할 수가 있다. 경영대권을 행사할 수가 있고 사내의
점거.농성은 불가능하며 부당노동행위는 노.사 양측에 모두 해당(위반시
처벌)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이런점은 모두 다르다. 노조의 결성은 불과
몇명이상이면 언제나 가능하고,해고의 제한이 강하며 노조문제로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파업중의 근로자는 대체가 금지되어 있으며
노조측에는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 노조전임직원 급여의
기업부담,퇴직금지급강제,고정급여식 보너스제가 있고 노사협의회를 통한
광범위한 경영 참가장치(단 파업불가)가 있다. 이 밖에도 "법대로"하지
못하는 부분이 곳곳에 있어 파업종료후 "생산장려금""격려금"조로
상당금액을 지급하거나 노조가 법령이나 사규위반시에도 일일이 문제로
삼지 못하는 전근대적 관계가 상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 노동조합은
막강한 교섭력을 가진 조직으로 성장하였으므로 노동운동을 펴되 "강자의
횡포"처럼 보일수 있는 과도한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국의 노조가 현재 노동관계법령상의 제반 권리를 계속 향유하고
나아가 앞으로 더 유리한 방향으로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바란다면 극단적인
대립적 노사관을 바꾸어 상호 이해아고 협력하는 자세로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테두리 내"라 하여 너무 무리한 요구나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경우 1930년대에 노동운동을 엄청나게 지원한 와그너법이
제정되었지만 10여년후에 노조가 너무 강해지고 노조의 "횡포"가 문제로
되자 노조를 견제하는 태프트 하틀리법를 제정한 역사를 알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은 헌법이나 노동관계의 기본취지를 이해하여
의연하면서도 책임감과 자제력을 갖춘 조직으로 성숙되어야 한다.

반면에 노사관계가 아직도 대결적인 기업의 경우 사용자는 코페르니크스적
발상전환을 통하여 인간본위의 경영을 하고 최고경영자가 기업내
노사문제에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 노조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별 노조가 주축인 우리현실에서는 이 길 밖에 노사관계 안정의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