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경제5개년계획"에서 제시한 재정개혁방안은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수요에 대처하기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국민들에게 장미빛
청사진을 약속한 만큼 정부재정이 해야할 일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나 가용재원은 빠듯한 상황에서 재정전반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예산당국을 더욱 고민하게 만드는건 경제안정을 위해선 긴축재정을
해야한다는 요구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예산규모를 크게 늘리는 데는
반대하면서도 재정에 대한 기대는 커지는 이율배반적인 국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만족시키느냐에 재정개혁의 성패가 달려있는 셈이다. 게다가 각종
선거공약을 내걸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으로부터의 압력도 종전보다
거셀 전망이다.

경제기획원이 각 부처와 이해집단으로부터 반발이 터져 나올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동안 해묵은 과제를 재정개혁방안으로 제시한 것도 이처럼
어려운 여건을 타개해보자는 뜻일게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정부 각부처의 예산수요는 향후 5년간
총3백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어림되고 있다. 반면 같은기간중 가용재원은
2백70조원에 불과한 형편이다. 따라서 현재의 재정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한 이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사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이르기전에 일찌감치 손을 댔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간 예산당국이 정치권과 이해집단의 압력에 밀려
미봉책으로 일관함으로써 현재의 난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부처간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먹기식"으로 예산을 편성해온게 그간의
관행이었다는 비판이 나도는 것도 이때문이다. 일반회계외에
23개특별회계와 39개의 연.기금으로 짜여진 누더기식 예산체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재정개혁방안은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분야에까지 칼을 들이댄다는
점에서 개혁의지를 엿볼수 있게한다. 그동안 고속성장과정에서 팽창일로를
걸었던 "비만예산"의 낭비요인을 제거하려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는것이다.

휘발유 경유등 유류에 매기는 특소세를 목적세로 전환한다든가,연금 기금
체신예금등 공공자금을 재정자금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추곡수매량을 줄이고 양곡증권발행을 폐지하는등 양곡관리제도를
개선하려는것도 마찬가지다.

철도 전력요금등 공공요금과 고속도로통행료 용수료 항만사용료등
서비스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재정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의도이다.

특별회계와 기금등을 통폐합한다든가,국채발행제도를 개편하겠다는것도
재정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등장한 단골메뉴다. 전문가들이 아니면 제대로
파악키 어려운 예산체계를 국민들이 알기쉽게 고쳐야 한다는 당위성은 그간
수차례 지적된 사항이다.

그러나 이같은 재정개혁프로그램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과거처럼 정치논리나 부처이기주의에 밀리면 재정개혁의 "공약"은
구두선에 그칠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방안으로도 한계가 있다는게 예산당국자들의
"고백"이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세금을 더낼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조세부담률을 92년의 19.4%에서 오는 97년에는 22~23%수준까지
올리겠다고 밝힌것도 이런 사정탓이다. 이같은 조세부담 증가로 국민들이
내야하는 내국세부담은 93년 33조2천5백60억원에서 97년에는
61조3천7백5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게돼있다.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세수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고 보면 이만한
세수증가도 그리 쉬운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더욱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사회복지나 교육비등 소득보상적 예산은 오히려 줄게돼있다.

따라서 재정개혁방안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정치권이나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해야함은 물론 무엇보다도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게 선결과제일 것이다.
<박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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