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방만한 자금운용으로 인한
자본고갈현상이다. 인민은행(중앙은행)은 이를 해결키위해 금융 통제를
강화할 것이다"
최근 중국인민은행행장으로 취임한 주용기부총리는 5일 행장취임후 가진
첫 금융지도부 회의에서 이렇게 천명했다.

중국정부가 마련중인 경기과열 진정대책(굉관조공.거시경제 조정정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정책의 강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부총리가 주도하고있는 굉관조공정책은 최대 경제현안인 인플레 억제를
비롯 금융왜곡시정 농촌문제 해결대책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인플레 억제대책.

인플레심리 억제를 위해 금리를 상당폭 인상할 계획이다. 또한 그간
물가상승의 주요인중 하나였던 물가 개혁 조치를 올하반기에는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중국정부는 금리를 어느 정도까지 올릴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고있다. 다만 현재 주요 도시의 인플레율이 17%에 달하고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안팎까지 인상할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4월에도
은행예금금리를 6.89%에서 8.01%로 올렸었다.

중국은 또 현인플레의 주원인이 과도한 투자에 있다고 보고
투자억제정책을 과감히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각 지방에 설정된 개발구에 대한 부동산 투기를 근절키로 했다.
이와함께 부동산투기의 주범이었던 음성적 부동산개발회사,투자기금회사
들을 강력 단속할 방침이다.

이 조치로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9천여개의 개발구 건설붐은 빠르게 시들
전망이다.

둘째 금융왜곡의 시정.

각은행의 금융부조리를 뿌리뽑고 금융질서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중앙은행의 통제를 강화키로했다. 주 인민은행행장의 5일 발언은 이에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중앙은행은 각 은행이 지불준비율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감시체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현재 약1천억원(1백75억달러)으로 추산되고있는 각 은행의
비생산부분에 대한 대출을 회수,이를 기업에 융자토록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대책.

중국은 승용차 수입을 금지키로 했다. 이는 앞으로 사치성 고가
외국제품의 수입을 통제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수출금융체계를 크게 개편,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최근
수출입은행을 설립한 것도 이 계획의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넷째 농촌문제의 해결 대책.

최근 각 농촌지역에서 빈발하고있는 농민폭동의 주 원인이 곡물수매가격
미지급및 과다세금에 있다는 점을 착안,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이에따라 각은행에 곡물대금 미지급분을 빠른 시일내에 지급토록 지시하고
문제가된 곡물대금증서를 더이상 발급하지 말도록 명령했다. 또한 현재
추진중인 세제개혁에서는 면세점 범위를 상향조정,농민의 세금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문제는 이같은 굉관조공정책이 치리정돈과 마찬가지로 "저속성장-
대외개방폭 축소"로 이어질 것이냐에 있다.

홍콩 일본등 대부분의 서방중국전문가들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굉관조공을 실시하더라도 중국의 성장및 개혁.개방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굉관조공이 치리정돈보다는 긴축의 강도가 훨씬 낮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 이유로는 우선 굉관조공정책이 치리정돈과는 달리
주용기부총리등의 개혁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부총리는 앞으로 긴축정책이 실시되더라도 경제성장률은 10% 내외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그는 또 "굉관조공은 온화하고 완만한
방법으로 경제를 조절,개혁 개방을 심화확대하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둘째 중국경제의 최대 현안인 인플레원인이 치리정돈추진 직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데 있다.

지난88년의 인플레(18.5%)는 소비재 공급난에서 유발됐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시장이 풍부한 상황이다. 현재 인플레의 주원인은 과열투자에 따른
통화공급의 증발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질서를 회복,투자를 적절히
조절하면 인플레는 잡을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인민은행을 장악한 주용기의 활약은 성장후퇴없이도 인플레문제를
해결할수 있다는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셋째 GATT(관세무역일반협정)가입을 추진하고있는 중국으로서는 급격한
대외개방 축소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간 GATT의 요구를 수용,관세인하 환율체계 개혁등의 조치를
발표했었다. 중국이 굉관조공과 함께 폐쇄정책으로 복귀한다면 올가을
GATT가입의 꿈은 물거품이 될게 뻔하다.

이밖에도 현정치상황이 지난88,89년보다는 안정돼 있다는 점,지방정부의
위상 강화로 일방적인 상의하달식 정책추진이 어렵다는 점도 굉관조공의
강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결국 굉관조공정책은 등소평의 사망과 같은 정치적 격변만 없다면 오히려
중국경제 체질을 강화시킬수 있는 계기가 될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전망이다.

<한우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