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3단계 개방으로 외국업체의 직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유통업체뿐만아니라 제조업체까지 심각한 지경에 처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개방이 수입자유화와 맞물려 진출업체들은 국내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심리를 이용,가격경쟁력으로 파고들며 시장잠식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류의 경우 직수입및 수입브랜드 의류매출이 지난해 이미 국내
전체의류시장의 15%선인 1조3천억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연평균 30%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황금시장으로 부상하자 외국업체들이 국내
기술제휴선과 결별,직판체제 구축을 서두르는등 국내업체들의 설 자리를
일거에 빼앗겠다는 태세인 것이다.

가전의 경우 일본 양판점진출로 국내 제품공급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신세계백화점 유통산업연구소는 완전개방시 TV
세탁기등의 국내 공급량은 40%까지,비디오카메라 냉장고 전기다리미등은
10%가량시장점유율이 감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86년 시장을
개방한 대만의 경우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다. 대만의 가전시장은
개방이후 쏟아져 들어오는 일본제품에 70% 이상의 시장을 넘겨줬던 것이다.

토이즈R어스 마텔 프레임 산리오등의 양판점 진출이 예상되는
완구류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완구류수입액의 30%에 달하는 저가
중국산 완구류와 함께 구미 각국의 첨단 작동완구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형태의 전문점 전개와 더불어 소비자들을 파고든다면 대부분의 업체가
업종을 전환해야 할 지경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다.

이밖에 유명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화장품 잡화 식품류도 외국업체들이
직판체제로 돌아서며 시장잠식을 위한 발빠른 포석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국내업체들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개방에 따른 시장잠식은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이들의 발을 묶고 국내업체들이 시장지분을 유지 확대할수
있는가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통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직화를 통한
협업체제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얘기다. 제조업체끼리는 서로 뭉쳐
경쟁력있는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도.소매유통업체는 수평결합으로 힘을
결집,외국제품의 침투를 저지하는등 상호역할분담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도매부문에서는 이미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의
음식료품도매업자들이 협동조합을 결성,공동구매및 공동판매등 협업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들은 또거래선인 영세소매업체에 대한 경영지도및
점포현대화 자금지원등도 구상하고 있어 유통실핏줄의 근력을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백화점등 대형소매업체들도 한정된 시장을 놓고 벌이는 대립구조에서
과감히 탈피,상품의 공동매입등 가능한 모든 부문에서 협력할수 있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주요 경쟁상대국인
일본의 경우 대형백화점을 주축으로 중소형백화점들이 모여 상품을
대량공동구매함으로써 상품력제고는 물론 가격경쟁력에서 적잖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제조업체들도 협업화를 통한 활로모색에 나서고 있다.
서울핸드백공업협동조합이 이달안으로 서울에 대형 공동판매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책 잡화류생산업체들도 공동상표로 제품을 출시하고
공동물류센터건립을 추진하는등 힘을 모으는 것만이 개방파고를 넘을수
있는 단 한가지 길이란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김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