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영화산업계에 디지털혁명시대가 오고 있는가. 최근 국내에서도
"슈퍼마리오""비지터""쥬라기공원" 등 SFX영화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컴퓨터가 영화를 어디까지 변화시킬수 있는지가 관심이 되고 있다.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영화의 디지털화 경향은 전통적인
촬영기법으로는 불가능하던 환상을 만들어내는 보조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이제 영화의 개념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진척되고 있다.

91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영화 "터미네이터2"는 컴퓨터그래픽의
신기원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인조인간은
경찰관에서 로보트로,다시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쇳물로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주인공을 뒤쫓는다. 상상속에서나 가능하던 장면들을
디지털기술은 눈앞에 펼쳐진 현실로 바꿔놓은 것이다.

디지털기술은 SFX영화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절벽지대에서
벌어지는 산악구조원의 활약을 그린 "클리프 행어"같은 영화의 경우에도 이
기술은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배우들은 피아노선을 등뒤에 매고 안심하고
연기를 한뒤 화면에 남아있는 피아노선은 디지털기술로 감쪽같이 지워지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경제전문지인 일경비즈니스 최근호는 디지털영상처리기술이
영화의 제작부문 뿐만아니라 배급 흥행자본등 영화산업의 구조,나아가
영화의 개념 자체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실어 주목을 끌었다.

영화산업의 디지털화는 우선 영화의 제작비를 대폭 절감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화면합성기술의 발달은 전통적인 영화촬영에서는 필수적인
세트제작이나 오랜기간동안의 로케이션을 필요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지털기술은 저렴한 가격으로 고화질의 합성장면을 가능케 해준다.

영화산업의 디지털화는 영화산업 자체를 TV와 아주 밀접한 관계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화면과 화질면에서 영화와 흡사한 HDTV(고화질 TV)의
발달로 영화와 TV사이에는 경계가 없어졌다.

HDTV로 촬영된 영상을 필름에 인화하여 영화의 프린트를 만들어내거나
영화의 화질을 TV로도 즐길수 있게 됐다.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인 구로자와 아키라감독은 91년 완성된 "8월의
광시곡"이라는 영화를 일본식 HDTV인 하이비전을 이용하여 만들어내기도
했다. 필름의 영상을 HDTV로 변조시킨다든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화면을 필름의 영상과 합쳐 세밀하게 수정해냈던 것.

TV나 비디오로도 영화와 똑같은 화질을 즐길수 있다는 것은 할리우드가
전세계영화관에 영화를 직접 동시배급하는 유통구조의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게 만든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프린트를 수송하는 대신 위성을
이용하여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영화관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영상데이터베이스는 영화 방송 컴퓨터게임 등 각종
영상산업을 하나로 묶어낸 거대한 복합영상산업체의 탄생도 예견케 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은 영화의 개념마저 바꿔버린다. 영화는 더이상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화면에 따라 움직이는 좌석에 앉은채 온몸으로
영상체험을 즐기는 시뮬레이션영화관이나 관객이 영화의 스토리전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대화형 영화관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진정한 문화의 발전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산업의 디지털기술 수용추세는
앞으로 첨단과학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감독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올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