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테이프를 공급하는 대기업간 방화선점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VTR시대가 열린이후 주로 외화판권에 관심을 보여온 대기업들이 지난해부
터 국산영화쪽으로도 눈을 돌려 제작비를 지원하고 비디오판권을 확보하려
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대우전자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미스터 맘마" "백한번째
프로프즈"등 3편의 방화제작에 투자,비디오테이프 판권을 확보한데 이어 신
씨네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스커트 밑의 극장"도 지원할 계획이다.
SKC는 "숲속의 땅" "하얀전쟁" "아래층여자와 위층남자"등 3편의 영화제작
을 지원했다.
헬기 추락사고로 촬영이 중단된 "남자위에 여자"도 1억7,000만원을 주고
판권을 확보했다.
삼성물산 자회사인 드림박스는 지난해 "결혼 이야기"에 투자한후 올해는
어린이용 모험물인 "키드 캅"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롯데그룹 계열 롯데월드는 데이비드전 감독이 제작한 "매직벌룬"에 투자했
으며 자체영화제작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나이세스"란 상표로 소프트웨어사업에 나선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박광수필름이 촬영에 들어간 안성기 문성근 안소영주연 "그 섬에 가고싶다"
에 제작비의 50%인 3억5,000만원을 투자,판권확보 경쟁에 가세했다.
대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인기 프로그램을 확보,우선 비디오 테이프를
팔기위한 것이지만 유선방송(CATV)이후를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기도 하다.
능력있는 신진 제작자를 발굴하고 다양한 국산 영화를 사전에 확보,비디오
테이프도 팔고 눈앞으로 다가온 유선방송시대의 프로그램공급업자로 발판을
굳혀 놓겠다는 의도다. 게다가 지난해 제작된 "미스터 맘마" "결혼이야기"
등이 외화 못지않게 히트하여 크게 고무받은것도 또다른 이유이다.
대기업들은 편당 제작비의 30~50%인 2억원에서 4억원을 투자하는 대신 비
디오테이프 판권을 독점할수 있다. 업체에 따라 유선방송 판권까지 따내는
경우도 있다. 또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수 있다.
대기업들은 당초 VTR 공테이프 판매를 위해 이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이제
판권확보 자체가 중요한 사업으로 부상한 셈이다.
대기업이 영화판권을 선점,재미를 본것은 최진실 최민수가 출연한 "미스터
맘마"란 작품이 대표적이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신씨네 프로덕션"이 이 영
화를 제작하는데 3억원을 투자했었다. 이영화는 흥행에 크게 성공,비디오테
이프가 5만개나 팔려나가 투자비를 상쇄하고 2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대우전자는 "신씨네"에 또 다시 투자,김희애와 문성근이 출연하는 "백한번
째 프로포즈"를 제작,현재 개봉관에서 상영되고있다. 이회사는 곧 "신씨네"
와 함께 "스커트밑의 극장"이란 영화도 만들 계획이다.
SKC도 지난해 미도영화사가 제작한 "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에 2억원 정
도를 투자,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영화가 히트하면서 비디오테이프를 3만7,
000개나 팔아 2억원가까운 순이익을 올렸다.
삼성물산도 심혜진 최민수가 주연한 "결혼이야기"로 상당한 수입을 얻은것
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판권을 확보한 영화가 모두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니
다. 오히려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게 대기업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공테이프가격 판촉비등을 감안할때 비디오테이프를 1개팔면 1만원정도가
남는다. 영화제작에 2억원을 지원하면 테이프를 2만개 팔아야 "본전"이나
그만큼 팔기가 쉽지않다는 설명이다.
또 지원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도 비디오테이프 판매는 부진한 경우도 많
다.
대우전자가 처음으로 지원한 홍기선감독의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
고"는 투자비의 절반을 건지는데 그쳤다.
판영화사가 이장호감독 최진실등을 내세워 만든 "숲속의 땅"에 1억5,000만
원을 투자한 SKC는 3,000만원의 적자를 봤다. 안성기가 주연한 "하얀전쟁"
은 크게 인기는 끌었으나 SKC는 투자비 4억원에 못미친 3억8,000만원 정도
만 건졌다.
대기업들은 입 선매에 따르는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이 기업이 계약체결에 앞서 영화사에 "제작된 영화는 개봉관에서
상영돼야 한다"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또 안성기 최진실
최민수 문성근등 주가높은 영화배우를 출연시킬것을 계약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들은 이같은 리스크외에도 기존의 영화제작업체들로부터 "중소기업
고유업종 침해"라며 맹공을 받고있다.
대기업들은 그러나 하드웨어 판촉과 유선방송시대에 대응,방화판권 확보사
업을 계속해 나갈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