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동안 우리 경제의 발전방향과 운용계획을 담고 있는
"신경제5개년계획"이 2일 발표됐다. 집권기간중에 문민정부가 이루어야할
과제는 과거의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산업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성장에 가려 소홀했던 복지증진 환경보호 주택및
교통문제의 개선등을 위해 힘쓰는 한편 남.북한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통일의 밑바탕을 다져야 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경제사정이 계속 어렵다면
이 모든 과제의 달성이 힘들 것이기 때문에 신경제5개년계획의 성공여부는
김영삼정부의 역사적 평가를 좌우할 열쇠인 셈이다. 따라서
신경제5개년계획에 거는 기대가 큰만큼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점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는 신경제5개년계획이 지난날의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어떻게
다른가라는 점이다. 총량지표는 정책과제를 달성하고 기업등 경제주체들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지침(guideline)의 구실을 하는
중간목표(intermediate target)일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성해야 할
최종목표 그 자체는 아니다. 따라서 총량지표의 달성에 집착한 나머지
정부가 앞장서 밀어붙이는 식의 무리한 정책집행이 자율과 참여를 내세우는
신경제계획에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미
신경제 100일계획에서이같은 조짐이 보였다는 것이 야당과 일부 학계및
기업들의 걱정어린 지적이다.

둘째는 자율과 참여를 바탕으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신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과거와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자율화를
지향하는 가운데 정책방향은 경제주체들에 중요한 신호기능(signaling)을
하게 되므로 어느때 보다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문제는 정부가 민간의 자율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재정.금융및 행정의
폭넓은 개혁을 계획하고 있는데 개혁과정에서 이해집단 사이의 충돌로
정책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울수도 있다는 것이다.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질서있는 시장자율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개행정과 여론수렴을 위해 노력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단호하고 일관된
정책의지를 보임으로써 자칫하면 "동냥은 고사하고 쪽박마저 깨뜨리는
위험"을 피해야 한다.

셋째로 개혁과 성장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정부입장이 명확하지 못하다.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금융실명제의 실시,하도급비리의 척결등 많은
개혁조치가 "경제를 살리기위한 개혁"이라면 신경제계획에서 명확한
추진일정이 제시되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단기적인 부작용을 의식한
나머지 개혁추진에 갈팡질팡하는 인상을 줌으로써 민간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을 혼란시키고 결과적으로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고있다.

넷째로 금융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최고위층의 확고한
정책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금리 인사 자금운용등에서 실질적인
자율화가 가능하며 외환및 자본거래의 자유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수
있다. 특히 외환및 자본시장개방의 일정변경이 갈수록 힘들 것이기 때문에
신경제계획의 금융개혁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정책금융의 축소등 신경제계획의 금융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재정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은
행정효율을 높이자는 뜻일뿐 환경보호 복지증진 사회간접자본의 확충등에
대해서는 행정기능이 오히려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실정이다. 따라서
경제사정이 좋다고 해도 재원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정부도 공무원정원의 동결,방위비증가율 억제등의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정도로는 폭증할 재정수요를 메울수 없으므로 앞으로 5년동안
인건비 방위비등 경직성 경비의 증가율을 동결하는 보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세수증대를 위해 유류관련 특별소비세를 높이는 동시에 목적세로
전환하고 재산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자칫하면 조세저항을
불러올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먼저 금융실명제 일정을 분명히 하고
탈루세를 막기 위한 조세행정의 강화를 서둘러야 하겠다.

여섯째로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문제는 별로 이의가 없으나 막상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부처이기주의와 이익단체의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행정부처의 통폐합과 기능조정,민간단체의 적극적인 활용과
대폭적인 기능위임,이익단체의 과감한 정비등을 통해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려면 껍질을 깨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는 김영삼대통령의 지적대로 우리경제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신경제5개년계획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개방경제와 시장자율의 시대에는 대통령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으므로 어떻게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창의를 이끌어 내느냐에
신경제계획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