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샷"을 진주목걸이와 비교 한적이 있다. 한알 한알 온갖
정성을 쏟아 꿰메어서 결국 하나의 진주목걸이가 만들어지는데 골프 역시
한샷 한샷이 엮어져서 좋은 스코어를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샷 한샷의 정성으로 게임이 곧잘 풀려나간다싶다가도 그만 아차
하는순간 한홀에서 크게 무너져 주저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홀에서 무참히 무너지는 경우는 비단 주말골퍼에게만 국한된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 하루 1,000개 이상의 연습공을 때리는
프로들도 비기너골퍼와 다를바 없는 실수로 맥없이 무너지는 "인간적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

1960년 US오픈과 매스터즈등 두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던 아놀드 파머는 61년 캘리포니아 란초파크에서 벌어진
제35회 LA오픈때 508야드 파5의 9번홀에서 무려12타나 치면서 무너진적이
있다. 그것도 티샷을 페어웨이 중간지점에다 멋지게 보내놓고 말이다.
파머는 병의 목처럼 좁아지는 그린을 향해 스푼으로 과감하게 투온을
시도한것이 오른쪽 연습장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다시 시도한샷 역시
똑같은 되풀이. 오른쪽 방향을 의식하면서 다시 친샷이 이번엔 왼쪽으로
감기면서 OB였고 또다시 시도한 샷역시 왼쪽 OB. 결국 스푼으로 4번이나
OB를 낸후 10타만에야 온 그린. 투퍼트로 마무리 하면서 한홀 12타의
대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나의 이런 멍청한 샷을 보면서 비기너 골퍼들은 박장대소하며 골프에
대한 새로운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고 파머는 소감을 피력했다.

점보 오자키와 함께 일본 최고의 골퍼로 불리는 토미 나카지마도 1978년
오거스타내셔널GC의 매스터즈 대회 둘째날 경기에서 한홀에서 무려 13타를
치며 매스터즈토너먼트사상 한홀 최다타수 타이기록을 수립한적이 있다.

아멘코너로 불리는 좌측으로 꺾이는 475야드 파5,13번홀에서 처음부터
이글을 목표로한 나카지마의 좌측코너를 가로지르는 티샷은 그만 코너의
나뭇가지를 맞고 개천으로 직행,벌타 1점을 먹고 3타째는 5번 아이언으로
그린전방 100야드 지점까지 쉽게 날려보내 잘하면 4온 1퍼트의 파로
막을수도 있는 좋은 위치. 그러나 피칭웨지로 가볍게 친 4번째 샷은 약간
뒷땅이 되며 그린앞 개천으로 굴러들어 갔다. 물속에 공이 완전히 빠지지
않고 반쯤 걸려있어 벌타 없이 쳐낼수 있다는 만용과 함께 샷을 했으나
개울물과 함께 허공으로 치솟은 공은 그린 에지에 맞고 다시 굴러내려와
나카지마선수의 오른발에 맞았다. 어이없는 2벌타 가산이 여기서
클럽페이스가 진흙으로 뒤범벅이 되어 닦아내기 위해 클럽을 캐디에게
건네주는 순간 설상가상으로 그만 클럽을 놓쳐 해저드지역으로 첨벙.

해저드지역에서 클럽이 지면에 닿으면 적용되는 엄격한 골프룰에 따라
어김없이 가산되는 2벌타 또 추가. 샷을 제대로 구사해 보지도 못한채
4벌타를 먹게된 나카지마의 다음샷은 비기너골퍼의 샷과 다름없는 그린을
훌렁 넘기는 토핑샷. 천신만고끝에 11타만에 온그린,2퍼트로 마감함으로써
결국 13번홀에서 13타를 친것이다.

그는 "다시는 생각조차 하기싫은 악몽같은 경험이었다. 처음부터 꼭
이글을 잡겠다는 지나친 욕심이 그만 화근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면 주말골퍼가 파5홀에서 트리플보기쯤 범했다고 해서 그렇게
낙담할것도,실망할것도 없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