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최근 러시아를 다룬 특집기사에서
러시아 경제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러시아는 지난 91년말 구소련이 붕괴한뒤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공식선언하고 경제개혁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1년반이 지난
오늘까지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서는 자유보다는 빵을 달라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개혁과정에서 야기되고 있는 부작용으로 구소련체제하에서 살기가 더
좋았다는 불평들도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올들어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들을 살펴봐도 러시아국민들의 어려움을 쉽게
발견할수 있다.

물론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난은 지표보다도 더욱 심각하다.

러시아경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플레. 지난해 무려 2천2백%라는
살인적 상승률을 기록했던 인플레는 올들어서도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

지난 1월에만도 50%의 상승률을 기록한데이어 5월까지 월평균 20~30%라는
높은 인플레상승률을 보이고있다.

인플레와 함께 국민생활을 위협하는 또다른 문제는 심각한 실업사태다.

올들어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함께 채산성이 없는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축소로 러시아에는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말 러시아의 공식노동인구는 약8천6백만명으로 이중 실업자수는
62만8천명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실업자수가 급증하고 있어 연말에는 2백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다른 심각한 문제는 루블화의 폭락. 루블화는 작년말까지만해도 달러당
4백루블선을 맴돌았으나 올연초부터 폭락을 거듭,5월에는 1천루블을
넘어섰다.

루블은 이달중순부터 소폭의 상승세로 반전,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말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루블의 폭락원인은 인플레및 통화량증대에 따른 것이지만 근본원인은
불안정한 러시아의 앞날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루블화의
폭락은 기본적으로 살인적인 인플레로 반영돼 국민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화폐가치의 급변으로 재산의 해외도피등 경제질서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이밖에 러시아 최대 수출품목인 원유룰 비롯 산업생산량의 급감도
러시아경제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엔은 최근 발표한 93년경제전망보고서에서 구소련및 동유럽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0%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경제가 어려움을 겪고있는 가장 큰 이유는 92년부터 도입된 각종
개혁정책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2년초 도입된 1단계개혁정책인 가격 자유화정책을 비롯 민영화
시장환율제등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격자유화정책만해도 생산을 늘린다는 목적과는 달리 가격폭등만을
야기시켰다.

또 민영화도 당초의 중산층육성이라는 취지는 전혀 반영되지 못한채
자본력을 갖고있는 일부 세력들이 민영화기업을 잽싸게
인수,신흥자본가세력만 살찌운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긍정적인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루불화도 6월중순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출입등 교역량도 올들어
점차 회복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것은 국민들이 잇단 개혁정책으로부터의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제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것은 정치적 안정과
서방국의 지원이라고 지적한다.

당면한 러시아경제난을 더욱 어렵게 하고있는 것이 보혁투쟁에서 빚어지고
있는 정국혼란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난4월 국민투표에서 옐친대통령은 60%에 가까운 지지를
획득,정국안정의 앞날을 밝게하고 있다.

올 가을로 예정된 국민투표에서 옐친대통령이 추진하는 대통령제를
골자로한 신헌법의 채택여부가 정국안정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있어 성공의 관건이 되는 또하나의 요소가 서방국의
자금지원이다.

G7(서방선진7개국)은 지난4월 동경회담에서 총4백34억달러 규모의
대러시아 지원안을 확정한데 이어 이달에 열리는 정상회담에 구체적인
대러시아 지원안을 마련할 계획으로 있어 러시아에 큰 희망을 주고있다.

러시아보다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을 좀더 빨리 시작한 동유럽국가들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헝가리와 폴란드등은 마이너스성장에서 벗어나서 올해에는 소폭이나마
성장을 거둘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동유럽국가들의 경제획복에 절대적영향력을 갖고있는
EC(유럽공동체)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 우려를 주고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국가들의 자본주의 실험은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것으로 보인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허상이 무너진 이상
시장경제의 토착화만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최인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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