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류큐의 주산물은 흑설탕이었다. 흑설탕을 만들어내는 원료는
사탕수수였고,그래서 류큐의 여러 섬들은 사탕수수밭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류큐 왕국은 그 흑설탕을 가지고 중국 일본 등과 무역을 하여 재정을
충당해 내려오고 있었다.

일본의 사쓰마번이 류큐 왕국을 정벌하여 지배를 하게 된 것은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선 지 얼마 안되는 1609년이었다. 그뒤로 류큐는 일본의
속국으로서 조공(조공)을 바치고,사쓰마번에 수탈을 당하는 비운의
섬나라가 되었다. 아마미오시마를 비롯한 몇 개의 섬은 아예 사쓰마의
직할령(직할령)으로 떼내어준 형편이었다.

그 섬사람들로부터 사쓰마번이 주로 수탈해 간 것은 흑설탕이었다. 일본
땅에 설탕이라는 감미료가 보급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막부의 말기에 이르자,번의 재정이 어려워져서 수탈은 한층 가혹해졌다.
서양의 새로운 문물을 들여와야 했고,세상이 뒤숭숭해지자 그들의 신무기인
총과 대포의 매입과 제조 등 군비 확장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섬사람들로부터 흑설탕을 전량 거두어들이는 시책을 폈다. 미리
생산량을 할당해 주어서 그 이상 바쳐야지,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잡아다
가두어놓고 치도곤을 내는 혹독한 수법을 썼다.

가뭄이라도 들 경우에는 공출량을 채우지 못하기 일쑤였는데,그럴 때는
온섬이 온통 난리였다. 맞아서 죽은 사람도 적지 않았고,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다.

견디다 못해 폭동을 일으킨 일도 있었으나 수많은 인명만 희생되었을 뿐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런 지경이어서 사람들은 자기네 섬을 "설탕지옥"이라고 불렀다.

"별을 보는 말뚝"은 설탕지옥의 한가지 형구(형구)인 셈이었다. 그런
말뚝이 마을마다 한 개씩 박혀있는 것이었다. 그 말뚝에 묶이게 되면
밤새도록 하늘의 별이나 쳐다보며 한탄을 하는 도리밖에 없다는 뜻에서
섬사람들이 "호시미보"(성견봉),즉 별을 보는 말뚝이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섬의 관원들은 혹시나 공출량을 채우지 못할까 싶어서 아예 섬사람들은
사탕수수를 꺾어서 단물을 빨아먹어서도 안되고,흑설탕을 만든 다음 그것을
혓바닥에 대기만 해도 벌을 받는다는 엄명을 내려놓고 있었다. 만약 그
명을 어긴 자는 잡아서 그 말뚝에다가 며칠씩 묶어놓는 것이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경범(경범)에게 내리는 가벼운 벌인 셈인데,마을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한 수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