슘페터는 기술변화과정은 발명-기술혁신-확산의 3단계를 거친다고 지적
하였다. 이 이론을 원용하면 기업의 기술개발단계는 아이디어의 제안-
채택-연구개발-신기술 기업화의 3단계로 나눌수 있을 것이다. 이 3단계
가운데 발명(아이디어의 제안.채택)은 과학정책의 대상 또는 기술정책의
간접적인 대상이라고 할수 있고,연구개발(기술혁신)과
기술확산(신기술기업화)은 기술정책의 직접적인 대상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면 기술정책의 기본방향은 연구개발과 기술확산가운데 어떤 부문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 따지고 보면 이러한 문제의식 자체가
우스꽝스러울 수가 있다. 연구개발이 없는 신기술의 기업화란 상상할수
없고 기업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연구개발이란 있을수 없다. 균형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균형개발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는 것이다.

기술발전도상국은 대체로 기술정책의 중점을 자체개발에 두고자 한다.

그 논거로서 기술발전도상국과 선진국사이에 기술격차가 존재한다는 것과
이 기술격차를 좁히는 길은 기술도입과 자체개발의 두가지 방법 밖에는
없는데 오늘날 선진국은 기술보호주의자 기술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있어
기술도입의 길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자체개발에 역점을 두지 않을수 없다는
것을 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본적으로는 올바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과 이를 논거로 하는 연구개발 중점정책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문제를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고 있다.

첫째로 기업은 특별이윤을 획득하기 위하여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종래의
기술로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강제력으로 기술을 도입한다.
그러므로 출연연구기관에 의한 직접적인 기술개발과 민간기업에의
기술이전은 이론적으로는 기술확산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특정기업의
특별이윤을 보장하거나,한계기업을 존속시키거나,비경쟁적 기업일 경우에는
독점을 옹호할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둘째로 우리나라의 특정연구개발사업(82~89년)추진실적및 종합성과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가주도과제의 기업화율은 3. 8%,정부.민간
공동연구과제는 31. 1%로 나타나고 있다. 민간기업의 신기술기업화율 7.
3%에 비하면 정부.민간 공동과제의 기업화율 31. 1%는 상당히 높은
숫자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정책효과면에서 보면 이 숫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셋째로 예를 들어 미국의 듀폰사가 나일론개발에 투자한 액수를 보면
1934~1939년간 연구개발에 500만달러,공장및 시설에 2,100만달러를
투입하였다. 연구개발비는 신기술기업화비의 4분의1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 사례를 보면 기업이 정작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연구개발이 아니라
신기술의 기업화라고 할수있다.

넷째로 선진국은 기술발전도상국의 신기술기업화(혹은 기술확산)를
가로막고있다. 1992년4월 우리 정부는 일본의 덤핑혐의가 명백한
16개품목에 대하여 시정을 촉구하는 공식서한을 일본정부에 발송하였다.

그중에서 한 두개 품목의 국산화 전후의 공급가격을 대비해보면
집성운모절연제품은 3. 5달러에서 2. 2달러로,VTR용 베어링은 78엔에서
68엔으로,정전기 제거솔은 5,000원에서 350원으로 대폭 낮아졌던 것이다.
이에따라 기술개발기업의 가동률은 크게 떨어지고 회복할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되었다.

다섯째로 기술진보는 기술개발에 의하여 이루어지지만 경험에 의한
학습이나 사용에 의한 학습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기술개발도상국은
새할(D Sahal)과 로젠버그(N Rosenberg)등이 제창한 이러한 기술진보의
학습가설에 대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후 일본의 급속한
기술진보를 설명할수 있는 이론이 되고있다.

특히 일본의 VTR 기술의 발전과정은 학습가설의 타당성을 말해주는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현실적으로 기술수요는 시장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예를들어 일본의 VTR 산업발전을 보면 주요한 경쟁수단은 1976~79년에는
녹화시간이나 다기능화였으나 80년 이후에는 소형화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구조에 맞추어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비효율적일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른바 공유기술은 대체로 재래식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라면
이러한 기술은 기술보호주의의 대상이 안될 것이며 기술도입이 경제적
효율을 가질수도 있는 것이다.

일곱째 노동력 측면에서 연구개발은 과학자 공학자 또는 기술자(과학적
노동 혹은 기술적 노동)의 영역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므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정책은 노동력을 계층화하고 직접적 노동을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한다. 이러한 여건에서 생산공정의 개선,QC운동,마무리작업등은
애로에 직면할수 밖에 없다.

반면 기술확산중심정책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수 있는 대안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므로 기술정책의 기본방향은 출연연구기관에 의한 직접적인
연구개발(기술공급)중심으로부터 신기술의 기업화 또는
기술확산(기술수요)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