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보호법 위반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일본 <후지텔리비전> 서
울지국장 시노하라 마사토(40) 사건을 계기로 일본 등 우방국에 대한 허
술한 군사기밀 관리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군 당국은 군사기밀보호를 앞세워 일반국민에게는 군관련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면서도 국내 안보와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외국언론 등에
고의적으로 흘려온 사례도 많아 이번 기회에 외국 정보.언론기관과의 유
착관계에 대한 진상도 철저히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방부 관계자 및 주한 외국 언론사 특파원 등에 따르면 국방부.
안기부 등 정부 주요 정보기관의 일부 관계자들이 그동안 외국 언론사 특
파원들에게 고급정보를 수시로 공급해왔다는 것이다.
서울에 주재하는 일본의 한 신문 특파원은 "남북관계 등 정부가 직접
발표하기 어려운 미묘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안기부.공보처.국방부 당
국자들이 일부 주한 외국 특파원들에게 기밀내용 일부를 흘려 보도하도록
한 뒤 한국 언론이 이를 받아 보도하도록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특파원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신문 및 통신이 그 대표적인 선택
대상이라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군 관할의 판문점 공동구역 경계 한국군 이관.이상옥 전 외무
장관의 중국방문.김현희 사건 등 안보.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일본
등 외국언론에 먼저 보도된 뒤 국내 언론이 `역수입 보도''한 경우가 지금
까지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안기부 등의 주변에서는 외국의 `극우파'' 언론 등
과 연계된 정보교환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소문까지 무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 및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시노하라 사건 이외에도 드러
나지 않은 군사기밀 유출사건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당국의 철
저한 수사의지도 주목된다.
군안팎에서는 "군당국이 국내언론에 대해서는 군사기밀보호법을 적용
하며 부대이름.위치 등을 밝히는 것도 꺼리고 있으나 정작 국익에 영향
을 주는 외신에 대해서는 군사기밀 보호에 무방비상태나 다름없다"는 비
판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군사기밀을 다루는 군 관계자들이 보안의식 결여와 보안관리
가 허술한 점도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현행 군사보안업무 시행규칙은 "비밀을 복제.복사할 때는 비밀 복사
대장에 복사근거를 기록해야 하며, 업무종료 즉시 실무자가 파기해야 하
며 파기근거는 비밀복사대장에 기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고영철 소령사건에서 보듯 정보취급자에 의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 정보본부의 한 관계자는 "보안유지를 위한 규정은 완벽할 정도
로 잘 돼 있지만 실제로 형식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며 "비밀취급자
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기밀서류라도 외부로 유출시킬 수 있는 게 현실"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허술한 군사기밀관리로 군사비밀로
분류돼 있지 않지만 국방부의 가장 주요 정보분석 사항인 일일 국방정보
보고 (블랙 북)가 외부로 유출될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사항
"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