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경제지표인 경제성장률은 소비와 투자,그리고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이 전년에 비해 어느정도 증감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가운데서도 투자,특히 설비투자는 생산능력의 유지와
성장잠재력의 확충이라는 면에서 경제의 양과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수 있다.

현재 우리경제는 설비투자 부진으로 신정부의 경제팀을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0. 8%의 감소를 보인 설비투자는 금년 1.4분기중에는
전년동기대비 약 10%의 대폭적인 감소를 보였고 2.4분기중에도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 그렇다고 소비나 건설투자를 부추겨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니 인플레압력이 불을보듯 뻔하고 수출을 늘리고 싶지만
수출은 궁극적으로 외국수요자들의 결정에 맡겨져 있다.

지난해 이래 설비투자가 이렇게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이들은
확실한 정책이 모습을 드러낼때까지 나타나는 정권말기및 초기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또 어떤이들은 86년이후 지속적으로 크게 증가하던
설비투자가 이제는 잠시 숨을 돌리는 조정기로서 우리경제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이나 주장에 동조하고 낙관하기에는 무언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정말 우리경제가 성공적으로 구조를 조정해가는 과정에 있고 투자를 2~3년
줄여도 될 만큼 국제경쟁력 회복과 성장을 위한 발판을 굳히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투자부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 크게 기인하는 것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째 국내외의 경기부진과 경기전망 불투명으로 우리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내경제는 금년도에 잘해야 5.
5%정도,전세계적으로는 1. 5%정도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경기부진이 수요부진으로,그리고 투자부진으로 나타나리라는 것은 뻔하다.

둘째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기업들이 경쟁력면에서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과 금리,물류비등을 포함한 생산요소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품질을 뒷받침할 기술력과 시장개척을 위한 마케팅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자신감을 가질 것인가. 최근 주요선진국시장에서
우리상품들이 시장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셋째 정부의 대기업관련 정책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강력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투자회수명령제,기업분할 명령권.등등 과거 운동권에서나
주장하던 발상들이 여과없이 내비치면서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될듯 하니
해당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일리가 없는 것이다.

넷째 새정부 출범후의 강도높은 사정도 결코 투자활성화에 도움이
되지않는다. 사정을 통해 부정부패를 단죄하고 "원칙에 의한 경영"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것은 사실이다. 단기적으로는 불로소득의 이전에
쐐기를 박으면서 사회정의를 가시적으로 높였고 장기적으로는 자원배분의
왜곡을 바로잡고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구조적이거나 관례상 부득이 했던 과거의 비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판국에 기업인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다섯째 정부의 정책혼선도 책임을 면할길이 없다. 대표적인 예로 표출된
"무노동 부분임금"을 둘러싼 경제팀내의 부조화는 그것자체가 노사분규를
부추기면서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지만,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이나
국민들이 정부정책의 일관성 신뢰성 계획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됐다는
점이다. 확실한 정책이 나온후에야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기업을 탓할수는
없을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새정부출범이후 기업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기는 커녕 더욱 증대되고있다는 것이 투자부진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새정부가 얼마나 빨리,또 어느정도나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일수
있느냐에 따라 본격적인 투자의 회복속도와 양이 결정될 것이다. 특히
정부가 통제할수 있는 대기업정책,사정과 경제활성화,정책혼선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긴급히 내용을 바로잡고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활성화,경쟁력 강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기업에 대한
과거지향적인 사정은 가급적 지양하고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부여함과
아울러 보다 미래지향적인 제도개혁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정책조정의 가장 큰 방향은 기업이란 돈을 벌기위해 만든 조직임을
인정하고 기업이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수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최대한으로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확실한 투자촉진책이며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기업도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계획을 검토할
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년상반기 보다는 하반기가,금년 보다는
내년이,내년보다는 후년 경기가 더 나으리라는 전망이다.

개혁의 성공여부는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결정지을 중대사다. 그러나
신경제의 성공없이는 개혁의 성공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신경제의 성공만큼 중요한 과제도 없는것 같다. 국민들의 고통분담이
헛되지않도록 일관성있고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고 이를 강력히 추진해
나가는 정부의 모습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때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