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국은 중미에 있는 소국이다.

천혜의 아름다운 관광자원을 갖고 있었지만 이 나라는 쿠데타라는 암적
존재가 상존하고 있었다. 40년전 독립이래 일어난 쿠데타가 자그마치
50회. 현정권자는 다이암장군이다. 3개월전에 코스모정권을 쿠데타로
뒤집어엎고 정권을 장악했다. 해외로 탈출한 코스모는 해외로 빼돌린
검은돈 일부를 다이암을 몰아내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Z는 코스모의 특공대원중 하나다.

쿠바에서 게릴라 교육을 받다가 어느 여름날 다이암장군 암살지령을 받고
K국 동부해변에 상륙했다. 그러나 대원중에 배신자가 있어 대원 절반이
해변에 상륙한지 한시간만에 사살당하고 11명이 체포됐는데 Z도 그속에
끼여 있었다.

포로들은 악명높은 앙리수용소에 감금됐다.

매일밤 처절한 고문속에 대원들의 신음소리가 끊일 날이 없었다. 그러나
Z는 살아남을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기에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이 나라에는 한가지 관례가 있었던 것이다. 포로가된 반역자들에 대하여
전통적으로 "kill every fifth man",즉 다섯번째 사람만 죽이고 나머지는
석방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이것은 상당히 고도화된 쿠데타에 대한
대책이었다. 석방된 나머지 80%가 다시 반란세력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거의 극소수이고 대부분 고문의 고통,처형의 공포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바로 이 원칙이
없었다면 쿠데타로 지새는 K국은 지금쯤 사내의 씨가 말랐을 것이다.
11명은 운명의 기로에 서 있었다.

이제 11명중 2명은 사형을 당한다. 생존 확률은 11분의9. 그러나
사람들은 나머지 11분의2가 마음에 걸렸다. Z도 시간만 나면 자신의
생사를 점쳐보았다. 나중에 Z가 스스로 내린 결론은 자신만은 어떠한
경우든 생존한다는 것이었다.

11명중 2명을 고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지금까지의 관례로보면 그 방법은 키 순서였다. 키가 큰 순서대로 세워
놓고 큰순서에서 5,10,15.순으로 뽑아 사형을 집행해왔다. Z는 키가 가장
작았다. 따라서 Z의 순서는 11번째.

드디어 사형집행일이 왔다.

집행관이 그들을 수용소 마당에 키순서대로 세워놓았다.

다섯번째와 열번째 자리에선 게릴라는 얼굴이 사색이 돼 버렸다.
11번째에선 Z는 속으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참으로 불운한 일이
닥쳤다. 세번째에 서있던 게릴라 하나가 열사병으로 그만 졸도하고
말았다. 집행관은 그 사내를 병원으로 후송하게 했다. 이렇게 되자
순서가 하나씩 당겨지고 Z는 그만 10번째가 돼버린 것이다.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다.

드디어 집행관이 다섯번째 사내와 Z를 집행장으로 끌고가라고 부하에게
지시했다. 아,하고 Z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순간 머리속에
번개처럼 스쳐가는 영감이 떠올랐다. 바로 그것이다. Z는 웃옷을
벗어젖혔다. 그리고 바지도. 이 방법은 그대로 적중했다. "kill every
fifth man"관례때문에 결국 Z는 살아났다. 어떻게 살아날수 있었을까.

(답)Z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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