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가 뿌옇게 흐려 먼데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시정장애'' 현상이 이
달 들어 거의 한달 내내 계속돼 환경처가 긴급 원인규명에 나섰다.
27일 환경처와 기상청,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에 따르면 `10m밖의 물
체가 보이지 않는'' 시정장애 현상이 90년에는 88차례 발생했던 것이 91년
과 92년에는 각각 1백24건으로 1.5배로 늘어났으며, 올 들어 6월에는 한
달 내내 계속돼 지난해 6월의 14차례와 비교해 2배 가량 많아졌다.
환경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런 시정장애 현상이 최근 들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주요 대도시지역에서 계속되자 도시와 농촌
지역을 비교해 대기오염과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중부고속도로를 따
라 비디오 촬영을 하고, 오는 30일에는 국내 대기오염 전문가들을 모아
원인을 밝혀보기로 했다.
환경처는 시정장애 현상이 심했던 지난 25일 서울시내에서 오존의 농도
가 높은 곳으로 꼽히는 광화문지역의 오존농도가 24시간 평균 0.018ppm으
로 기준인 0.1ppm에 훨씬 못미쳤고, 아황산가스도 1일기준인 0.15ppm에
훨씬 밑도는 0.01ppm으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환경처는 최근의 이런 시정장애 현상이 아황산가스와 분진이 결
합해 생긴 런던형 스모그나 자동차 배기가스 중의 오존이 햇빛과 반응해
생긴 로스앤젤레스형 광화학스모그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정장애 현상을 연구하고 있는 한국
과학기술연구원 환경연구센터의 문길주 박사는 "최근의 시정장애 현상은
아황산가스 농도가 1년 중 가장 낮은 철에 발생했기 때문에 런던형 스모
그로 보기 어렵고, 오존농도로 미루어 광화학스모그로 단정하기도 곤란하
지만, 대기오염과 관련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