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지난 1.4분기에 경기부진으로 씀씀이가 적었는데도 외부에서
비교적 많은 돈을 빌렸다. 이돈을 설비투자에 쓰지않고 금리가 높은
금융자산에 투자했다. 이는 당시 외부차입금리가 작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경기가 살아날 것에 대비한 "가수요"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며 부분적으론 "재테크"란 지적도 받고있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1.4분기 자금순환동향 (잠정)"에 따르면 이기간중
설비투자부진으로 기업들의 모자라는 자금규모(부족자금)는 9조2천억원으로
작년같은 기간과 비슷했다.

기업들은 그러나 1.4분기중 13조7천억원을 외부에서 끌어다 썼다. 이같은
기업의 자금조달규모는 작년같은 기간보다 2조원 많은 수준이다.

적극적으로 투자도 하지않으면서 많은 자금을 끌어들인 것은 당시
회사채수익률이 분기평균 12.42%(분기말엔 11%안팎)를 기록하는등 금리가
낮았고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경우에 대비,미리 자금을 확보해야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중 4조6천억원을 금융자산으로 운용했는데
그중 절반 가량인 2조3천억원을 수익증권 금융채등 유가증권에 투자했다.

이를 두고 임용호한은조사2부장은 "회사채등을 발행해서 수익증권을
산다고 해서 금리차익을 얻을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테크라고
볼수없다"며 "1.4분기중 자금사정이 좋아 기업들이 "예비적 동기"수요로
자금조달을 늘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이같은 현상을 재테크로
지적하고있다.

아무튼 기업들이 당장 필요치도 않은 자금을 빌려 이를 금융기관에 넣어둔
것은 자금흐름이나 통화관리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않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2.4분기에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신경제 1백일계획등을 통해 기업의 설비투자를 진작시키면서
물가안정을 위해 애쓰고 있으나 아직까진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있는
셈이다.

기업의 외부자금조달형태를 보면 은행이나 단자사에서 꾸어오는
간접금융이 2조3천억원으로 전체의 16.7%,회사채등을 발행하는 직접금융이
9조6천억원으로 70%를 차지했다. 작년 1.4분기중에는 직접금융이 50%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대폭 증가한 것인데 이는
유상증자나 공개등 주식시장을 통한 것보다는 회사채 기업어음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1.4분기중 개인이 벌어서 쓰고남은 잉여자금은 5조5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기간보다 5천억원 늘어난 규모다. 민간소비지출증가율이
5.5%로 전년동기(8.5%)보다 낮아지는등 소비둔화로 개인의 여유자금이
많아진 것이다. 이에따라 개인의 남는 자금으로 기업의 모자라는 자금을
메워준 "개인의 기업부족자금보전율"은 59.7%에 달했다.
전년동기(53.9%)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정부부문도 소비지출증가세가 둔화된 덕택으로 잉여자금이
전년동기(3조5천억원)보다 늘어난 4조3천억원에 이르렀다.

해외부문은 경상수지적자로 자금잉여를 나타냈는데(자금순환표상
해외부문의 자금잉여는 해외부채가 자산보다 많다는 뜻임)잉여규모는
2천5백억원에 달했다.

한편 1.4분기중 금융기관을 제외한 국내비금융부문(정부 기업 개인)의
금융자산축적규모는 18조2천억원(증가액기준)으로 전년동기의
15조8천억원보다 2조4천억원 늘었다. 이는 요구불예금 양도성예금증서등
금융기관예금은 줄었으나 주로 기업들의 유가증권소유가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