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은 중요하다. 어떤 일이고 상식선에서 처리되면 문제가 거의 없다.
인테리어 역시 마찬가지. 상식을 존중하면 최소한 실패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창작부문의 경우 상식은 상식 이상의 것을 낳지 못한다.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상식에 의존하면 보통보다 나은 공간,어딘가 남다른
장소를 만들 수는 없다.

어느 부문을 막론하고 새로운 것,흔한 것과 구분될 뿐만 아니라 그래서
좋은 것은 상식을 깨뜨려보는 데서 비롯된다.

사진의 붙박이장은 분명히 장식장이다. 얼핏 보면 아파트나 빌라에서
거실에 설치해주는 붙박이장식장과 비슷하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흔히 건축회사에서 마지못해 설치해주는 거실용 붙박이장과는 여러모로
다르고 그래서 독특하고 실용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이 붙박이장식장은 식당용이다. 다이닝키친의 한쪽에 붙박이장을
설치,별도의 그릇장이 필요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유리장과 크고 작은 서랍장 여닫이장을 고루 섞어 만든 이 붙박이장은
일반가정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유리그릇장이나 장식장에 비해 일견 덜
화려해 보인다.

그렇지만 공간구성이나 실용성을 감안하면 우리의 주거문화가 나아갈 방향
한가지를 제시해준다. 붙박이장이 거실이나 작은방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주방이나 식당등에도 필요하고 이처럼 다른 장소에 설치되는 경우
그 공간의 용도에 맞는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또 그릇장이란 반드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장이거나 화려한
모양의 것이라는 상식을 깨뜨림으로써 인테리어란 비싼 가구로 완성되는
것이 아님도 전해주고 있다.

유리문을 설치한 부문의 경우 천장에 조명기구를 매단 것은
붙박이장이기에 가능한 대목. 자랑하고 싶은 예쁜 그릇을 놓고 그위에
빛이 비치도록 함으로써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멋을 내고 있다.

아래쪽의 널찍한 서랍장은 내부에 아크릴 칸막이를 만들어 커피세트를
비롯한 유리그릇을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옆쪽의 여닫이장안에는
식탁보 내프킨 행주등을 걸 수 있게끔 수건걸이가 만들어졌다.

보이면 좋은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나은 품목을 적절히 구분해서
비치할 수 있도록 꾸며진 셈이다. 서랍장 위의 간접조명기구 또한 이
장식장 설계자의 섬세함과 치밀함을 전한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