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 춤을 삽입한다든가,무용에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하던 종래의
방식과는 달리 연극과 무용이 1대1로 만나 새로운 신체표현의 경지를 여는
이색적인 공연이 펼쳐진다.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와 무용단 창무회가 25일부터 7월20일까지
창무예술원 포스트극장(337-5961)에서 합동으로 공연할 "아침한때 눈이나
비"가 화제의 작품.

특히 이번공연은 "산문적,사실적표현"의 연극과 "시적,추상적표현"의
무용요소중 각각 장점만을 골라 조화시킨 실험적 무대라는 점에서 공연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백마강달밤에"로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수상한 오태석씨가
창무회와의 공동공연을 위해 집필한 "아침한때 눈이나 비"는
히로시마원폭투하가 빚어낸 한 가정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개인주의와
이기심,탐욕이 만연한 현실의 어두운 모순속에서 빛나는 순수한 휴머니즘을
그리고있다.

배우들은 이번공연의 출연을 위해 3단계의 연습과정을 거쳤다. 작품의
대본전편을 대사중심으로 구성해 창무회의 예술감독인 김매자씨를 비롯한
주요무용수에게 각배역을 배당,대사훈련을 시작한것이 첫단계. "몸짓"으로
말하는 무용가들에게 있어 대사연습은 어려운 일. 그러나 연출가
오태석씨의 지도로 수주간의 하드트레이닝이 실시됐다.

2단계는 대사를 통해 적응하고 파악한 작품을 대사를 완전히 배제한
신체언어,춤만으로 다시 변형시키는 작업. 김매자씨의 지도로 이루어진
이단계에서는 "대사"에 익숙한 목화의 배우들이 애를 먹었다고.

3단계의 구성은 1,2단계를 통합하면서 대사를 비롯한 연극적 표현양식으로
표현해낼 단락과 춤양식으로 표현할 단락,그리고 두가지가 같이 존재할
단락등으로 다시 구성했다. 따라서 애초에 설정된 대본과는 판이하게 다른
제3의 실연대본을 만들어내게 됐다.

오태석씨는 "연극과 춤의 장점을 결합,최소의 표현으로 최대의 상징효과를
주는 간결 소박한 무대언어가 만들어 지도록 시도했다"며 "표현에 있어
생략의 한계점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매자씨는 이번출연에 대해 "신인배우로 새로 데뷔하는 들뜬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히고 "그동안 우리춤사위로 전통에 바탕을 둔 춤을 추워왔는데
이제 춤언어를 초월하여 새로운 경험,새로운 신체언어를 찾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작품은 원폭투하당시 눈이 멀어 평생 음지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온
어머니와 자식을 대신해 끔직하고 부조리한 죽음을 맞는 아버지,이러한
엄청난 비극의 역사를 보면서 자라나 폭력적인 세태속에서 살아가는 딸의
이야기를 통해 순결한 인간정신과 자기희생이 결코 헛된것이 아니라는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여인역은 김매자,딸역에는 창무회 수석무용수인 최지연씨가 맡아
연극배우로 새롭게 데뷔한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