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분규에 따른 피해는 얼마나 될까.

올들어 지난 21일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파업등 노사분규는 모두 55건에
이른다. 이중 아폴로산업 신진피혁등 42건은 해결됐고 영진약품등
13개업체에서 분규가 진행중이다. 이는 작년 같은기간의
분규건수(1백38건)나 진행건수(31건)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양호"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실제로 근로자들의 파업참가에 따른 산업피해를 봐도 아직은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다. 상공자원부에 따르면 조업손실을 따져보는
근로손실일수(19만2천30일)나 생산차질액(9천50억원)으로 봐도
작년같은기간의 69만7천5백67일,1조4천1백62억원으로 피해가 크지않은
편이라고 볼수 있다.

우리경제가 모처럼 회생의 실마리를 찾는가 싶던 차에 뜻하지않던
"복병"이 나타난 형국이어서이다. 그럼에도 최근의 산업현장을 지켜보는
각계의 눈길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경제계를 특히 "우려"속에 몰아넣고있는 것은 올해엔 분규자체의 건수나
산업피해액등은 작년수준을 크게 밑돌면서도 수출에 미치는 약영향은
작년을 대거 웃돌 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상공자원부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9일까지 노사분규로 인한
수출차질액은 1억9천7백만달러로 작년같은 기간의 1억6천3백만달러를
20%가량 웃돌고 있다. 수출차질액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올해의 경우
분규발생업체가 주로 자동차 기계등 수출주도업체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들어 현대그룹 주요계열사들이 동반분규현상을 보이면서 이같은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홍건상공자원부 상역국장은 "현재 진행되고있는 현대정공과
현대자동차의 분규가 악화될 경우 이달말까지만도 컨테이너에서
3천만달러,자동차에서 7천만달러등 최소한 1억달러이상의 추가적인
수출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이제까지의 분규피해보다도 현재 쟁의발생등으로 "잠복"해있는
현대그룹계열 대형수출제조업체의 분규가 악화될 경우 미칠 파장은 가히
"메가톤급"이 될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노사분규로 인한 수출차질은 지난 89년 13억6천3백만달러로 절정을
이룬이후 90년 3억1천만달러,91년 2억3천8백만달러,92년
2억6천만달러등으로 안정세를 보여왔으나 벌써 작년수준의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노사분규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해 정부와 경제계에 "비상"이
걸려있지만 도대체 어느정도까지 피해정도를 정확히 파악,지표화할수
있느냐에 대한 일부 반론도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에 단독으로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아폴로산업이
지난달 분규를 겪음으로 해서 현대자동차가 6천만달러이상의 차질을 빚었던
것이 "간접차질액"의 단적인 예다.

이같은 산출방식에 대해선 반론도 없지않다. 관련시장이 독과점상태가
아닌 한 어느한 업체가 분규로 생산에 차질을 빚더라도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기업이 생산및 판매를 늘릴 경우 국가경제 전체적으론 피해가
크지않을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사분규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89년 당시 상공부가 3.4분기중의
분규에 따른 차질액이 2조8천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한데 대해 노동부산하
한국노동연구원은 같은 기간중의 국민소득손실액이 3백82억원에
지나지않았다며 정면 반박,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국민소득손실액은 특정기업의 분규에 따른 당해업체의 피해를
산출,종합해내는 "산업차질액"과 달리 시장에서의 경쟁업체에 의한 대체
보완효과까지 감안해 산출된다는 점에서 충분한 논란거리가 될수는 있다.

이선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분규에 따른 피해액을 정확히 산출해내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다만 최근의 경우는 분규에 따른 피해가
수출부문에 집중되는 양상이어서 89년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본다"고
말한다. 수출의 경우 자동차 컨테이너등 최근 분규의 초점이 되고있는
업종은 수출업체가 많지않아 국내시장에서와 같은 대체 보완효과가
제한적일수 밖에 없어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