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후 부정선거와 관련해서 국무위원들이 대부분 검속되더니 곧이어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의 두 총재가 구속되기에 이른다. 법무부에서 하는
일이니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었다. 다만 재무부로서는 그후임을
어떻게하느냐가 큰 문제였다.

설사 과도정부가 발권은행인 한국은행총재를 새로 임명한들 몇달도 안가서
그만두어야한다. 그러나 정부의 장차관은 별정직공무원으로서 내각이
갈리면 자동적으로 그자리를 떠나야하지만 정부로부터 독립된
중앙은행총재는 임기가 있어 마음대로 할수가 없다.

행내에서는 오래 정체된 인사에 숨통을 트기위하여 변동이 있었으면 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그럴수밖에 없다. 지점이 적기 때문에 인사의 정체현상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하여 심하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중앙은행 총재의
자리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있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해서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떠나서라도 몇달밖에 안남은 과도정부로서는
중앙은행의 총재임명을 일단 보류하고 제대로 선거를 통하여 탄생하는
새정부에 맡기는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장관이 여러가지로
고심끝에 임명을 보류하기로 결심하고 국회재경위에서까지 그방침을
밝혔다. 국회에서도 납득했지만 한국은행총재를 공석으로 둘수있느냐는
여론에 밀려 부득이 무색투명한 해외인사를 임명할수밖에 없었다.
국회에서 논란이 많았다.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해놓고 번의를 했으니
식언한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재무부로서는 유구무언일뿐이다. 재무장관이 임명권자도 아니니 결국
여론에 밀려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다. 결국 민주당정부가 들어서면서 불과
몇달전에 임명된 총재가 그만둘수밖에 없었으니 그분 개인의 처지로도
불행한 일이었다.

재무장관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몇달 안남은 과도정부로서
선거관리에 엄정중립을 지키는 외에 어떤 정책적 변경이나 처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쩔수없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신문사장이
자유당중진으로서 부정선거에 적극 가담했다가 4.19가 나는 바람에
일본으로 도망을 갔다. 그래서 거의 폐간의 위기에 처하고만 것이다.
관리인인사장을 다시 임명해야했는데 이 역시 부득이한 조치 였다.

내가 학교에 있으면서 신문사의 논설위원을 오래 겸직했다. 신문사일을
잘알터인즉 좋은 분을 추천해보라고해서 이관구선생을 천거했다.
이관구선생은 누구나가 다아는 언론계의 원로로서 자유당말기에 경향신문의
정간조치 때문에 고생을 많이한 분이다. 허정총리도 당연한 인사라면 쾌히
승락했다. 이것조차도 윤장관은 마지못해 승락한 것이지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인사문제는 누가 되던 항상 말썽이 있게 마련인데 별로
뒷말이 없어 다행으로 생각했다.

당시 재무부에 걸려있는 현안중의 하나가 귀속재산의 처리 문제였다.
이것도 가부간에 결정을 내려야하지만 새정부가 들어설때까지 보류할수밖에
없는것이다. 아직 처분을 못하고 계류중에 있는것이 적지않았지만
처분결정을 내렸다해도 행정소송으로 다시 넘어가면 일만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이해당사자끼리 타협해서 그 재산이나 업체를 운영할수있는 실력자를
영입해야 하는데 불과 몇달밖에 안남은 과도정부로서는 이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다. 참으로 정부의 책임자로서 떳떳하지 못하지만 어찌할수 없이
관망할수밖에 없었다.

과도정부의 제약성때문에 주저하다가 일반여론에 밀려 섣불리 손을 댔다가
마무리를 짓지못한 일은 부정선거뿐이 아니다. 부정축재문제가 또한
그렇다. 부정축재가 옳지 않은 것은 누구나 다아는 바이지만 그 정확한
개념규정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이대통령이 하야했으나 혹 은닉한
재산은 없는지 지방관서를 총동원하여 조사해보았으나 찾아내지 못했다.
혹 외국으로 외화도피한것이 없나하고 백방으로 알아보려했으나 알아볼
길이 없다. 다만 공보처에서 영사기를 들여오기 위하여 외화대출을 받는데
예산외지출을 한것이 한건 나타났을뿐이다.

이기붕국회의장도 은닉재산이 있는가해서 조사했으나 중앙청 맞은편의
2층건물을 불하받아 통신사사무실로 쓰고있는것 뿐이었다. 데모학생들이
이의장집에 들어가 뒤져낸 현금이 있었고 또 그분의 친척이 은행의 이사로
있었는데 가명으로 예치한 돈이 있다고해서 정부에 신고한 일이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조사를 가지고 국민의 불평을 해소시킬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국민의 일반여론에 밀려 편법으로 은행돈을 많이 빌려 외화를 많이
들여온 대기업의 탈세를 적발하여 부정축재로 모는 길밖에 없었다. 그러나
비록 탈세를 했을망정 기업을 키운 사람은 용서할 여지가 있는데 외화를
많이 갖다쓰고도 기업을 키우지도않고 탕진해버린 사람은 처벌할 길이
없었다. 노사관리가 잘되어있는 업체들은 오히려 종업원이 부정축재처리의
중단을 호소하고나오는 형편이었으니 재무부는 완전히 자가당착의 수렁으로
빠지고 말았다.

과도정부의 제약성때문에 구체적으로 뚜렸한 성과도 내지못하고 오로지
새정부가 나타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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