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최초로,그리고 52년만에 최연소 선수로 이번 US오픈에 출전한
오태근(16.미국명 테드오)의 골프에 대해 좀더 얘기해보자.

그의 골프에는 분명히 "크게될 그무엇"이 있다. 타고난 재질뿐만 아니라
골프스타일 자체에 유인점이 있다는 뜻이다.

그는 우선 "캐리"(비거리)로만 2백70야드를 날리는 장타이며 넣어야될
퍼트는 거의 넣는 패턴의 골프를 하고 있다.

세계골프,특히 미국골프는 장타를 날려야 "스타"로서 대접 받는다.
톰카이트가 상금 이외에 스폰서십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3백만달러
정도지만 존데일리나 그레그노먼등 장타자들은 그보다 2~3배 더 버는 것도
"스타의 조건"을 말해준다.

그 조건중 하나인 "거리"를 오는 이미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은 많다.

오가 이번대회 커트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는것은 골프를
너무 쉽게보는 시각이다. 16세에 메이저에 출전한것만해도 "기적"과
같은것이다.

오는 이번대회 2라운드동안 3개홀에서 10타를 까먹었다.
1번홀(첫날보기,이튿날 더블보기),10번홀(첫날 트리플보기),그리고
3번홀(2일째 더블파)이 그것이다.

모두 OB한방없이 저지른 스코어로 그것이 바로 메이저의 텃세이자 오가
뼈속깊이 배운 "교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는 4 안짝의 버디 찬스는 대개 살렸고 몇차례나 보기의 위기를
2~3 짜리 퍼트를 넣으며 탈피,"해볼만 하다"는 배짱을 한층키울수 있었다.

그의 재질은 미국의 유명한 올드프로이자 교습가인 플루얀이 오가 볼치는
것을 보고 "퍼지 젤러보다 강한 힘과 샘 스니드보다 유연한 몸"이라고
감탄했다는데서도 드러난다.

오의 과거에 대해 얘기하면 본인과 그 가족들은 고국에 대해 다소 섭섭한
감을 갖고있는것 같다.

오는 91,92년에 연속 한국을 방문,주니어대회에 출전하려 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난해에는 충주CC에서 열린 모주니어대회에서
티오프타임까지 받았다가 30분전에 출전을 취소당했다고 한다.

아마 다른선수 학부모들의 항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내대회에도 규정은
있으니만치 섭섭함은 오씨가족의 일방적 느낌이겠지만 나이어린
오본인으로서는 심적갈등이 많았을 것이다.

로스앤젤레스근교 토렌스시에 사는 오는 국내 몇몇 프로들및 골프잘치는
국내 유명인사들과 몇번 골프를 쳤다고 한다. 얘기하면 누구나 알만한
사람들인데 그들은 한결같이 오에게 지원을 약속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세상일이 다 그러하듯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경제적으로 곤란을 받고있는 오의 부친 오영광씨(45)는 국내
골프용품메이커인 K사등에도 지원을 호소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고
얘기한다.

LA의 교포사회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오가 지난2월말 LA오픈출전권을
따냈을때 연습을 위해 대회장소인 리비에라GC회원권을 가진 교포를
찾아다녔지만 역시 신통찮은 반응으로 결국 연습라운드 한번 못했다는것.

이같은 스토리는 이제 오가 유명해졌기 때문에 나올수 있는것이다.
LA오픈이전의 오는 그저 "유망한 어린선수"였을 뿐으로 "세상의 반응"이
크게 잘못됐다고는 할수 없을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치더라도 그같은 요인들은 오태근으로 하여금 한국말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는 그의 속성만큼 고국에대한 실망감이 깊어지게 만들고
있을것이다.

<>.지난15일 처음 만나본 부친 오영광씨는 오태근의 골프에 연간
약5만달러(약4천만원)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대회출전을 위한 항공료
숙박비 레슨비 연습비등이다.

그러나 그같은 직접 비용보다는 부친 오씨가 생업을 팽개치고 지난
몇년동안 오를 따라다니는 바람에 경제적 타격이 컸다는 점이다.
"며칠사이에 집이 은행으로 넘어가게돼있어 전화번호조차 유동적"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봉제업을 하고있는 오씨는 부산상고 야구부출신으로 1969년부터 약10년간
한일은행에 근무한바 있다.

2라운드후 오태근이 밝힌대로 오는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는 앞으로
6년동안은 버는것없이 투자만 해야된다는 의미이다.

오가 "요넥스"마크가 있는 모자를 쓰는것은 이상의 모든 스토리들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까닭이 있으니까 쓰는것일텐데 그까닭으로는 한국사람들보다 외국사람이
오의 재질을 더 일찌감치 간파했다는 짐작을 가능케한다.

오가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이문제는 더깊이 들어갈수 없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문제는 미래이다. 오의 골프는 아직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으며 지금부터 어떻게 배우느냐가 그의 장래를 좌우할 것이다.

오는 현재 미PGA프로출신의 브래드 셔피(37.이번대회 오의 캐디)에게
1주일에 한번꼴로 레슨을 받고있다. 한달에 2백달러정도 레슨비를 내는
평범한 교습이다.

오는 지난 6년동안 계속 셔피에게서만 배워 성장했지만 이제부터는 보다
"본격적 수업"이 필요한것이 분명하다.

6년전 핸디캡4인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갔다가 골프에 입문한 오태근.

그의 미래는 본인의 노력과 함께 "누가 어떻게"도 변수일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아주 조용히,아무런 조건없는 "한국의 스타만들기"말이다.

<>.한국의 골프팬들은 오는 9월쯤 오의 골프를 국내에서 볼 가능성이
많다. 방학기간을 이용,8월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니어대회출전후 한국에
들러 9월초의 국내대회에 참가할 예정이기 때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