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우리 사쓰마의 동지가 이이나오스케의 목을 잘랐다는 거예요" "호-
언제요?" "이달 초순이었나봐요. 에도성 앞에서 이이나오스케가 등청을
할때 습격을 했다는군요" "흠-" "자,류상,건배를 합시다. 이제 일본은
달라지게 됐지 뭡니까"
마시던 두 사람의 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서 사이고가 새삼스럽게 건배를
제의하자 류사민도, "축하합니다" 하면서 술잔을 쳐들었다.

그러나 그는 별로 축하하는 기색도 아니었고 이이나오스케의 죽음에
대해서 감격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색다른 소식에 접했고,흥분에
젖어있는 사이고에게 맞장구를 치고있을 뿐인 그런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반막부도 친막부도 아니었고,근황의 지사는
더더구나 아니었다. 그저 류큐(류구)의 백성일 따름이었다. 류큐는
일본의 식민지였다. 사쓰마번이 정복하여 지배하고 있었다.

그저 맞장구를 치는 류사민을 상대로 사이고는 혼자 기분을 내며 주거니
받거니 오래간만에 눈앞이 아른아른해지도록 마셔댔다.

아이가나는 술을 마시며 지껄여대는 남편의 말을 처음에는 좀 엿듣다가
별로 흥미가 없어서 부엌으로 가 천천히 저녁준비를 했다. 그녀 역시
류큐의 여자일 따름이었던 것이다.

그날밤 잠자리에서였다.

"아이가나,너 참 귀엽다. 코도 귀엽고,입도 귀엽고,이마도 귀엽게
생겼다니까. 정말이야. 정말이라구"
사이고는 아내를 안고 누워서 물씬물씬 술냄새를 풍기며 혀짧은 소리로
지껄여댔다. 평소에는 "당신"이었으나,취기 탓으로 서슴없이 "너"라고
했다. 열살 밑의 아내이니,오히려 애정이 넘치는 호칭이라고 할수 있었다.

"호호호.당신 정말 오래간만에 무척 기분이 좋군요" "좋지,좋고말고.
아이가나,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알겠어? 응? 알겠느냐 말이야" "알
것도 같고,모를 것도 같고." "헛헛허.알 것도 같고,모를 것도 같다구? 그럼
안되지. 남편이 기분이 좋은 까닭을 자세히 알아야지. 내가 지금부터 에-
자세히 설명을 해줄테니까 잘 들어. 잘 들어야 된다구. 알겠어?"
"예,알겠어요. 어서 얘길 해봐요"
그러나 아이가나는 잠이 오는 듯 살짝 고개를 돌리며 하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