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정책"에 관한 논의가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한 느낌이든다.
EC 동남아 남미 뿐아니다. 미클린턴행정부 경제정책의 기본테마도 미국에
맞는 산업정책의 모색에 구도가 맞추어져 있다.

산업정책이란 "산업일반에 있어서 또는 특정한 산업분야에서 활발한
산업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패키지"라고 정의할수 있다. 그러나
산업정책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간과되기 쉬운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활발한 산업활동이란 시장경제질서가 경제의 모든 분야에 고루
구현되고 공정한 경쟁규칙의 제도화가 확립되어 시장질서가 경제전반에
일반적 질서로서 확산될때 가장 잘 이룩될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질서는 공정한 경쟁의 질서를 말한다.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종류와
품질의 상품이 공급되어야 하고 상품의 가격이 자율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 정보를 기초로해서 소비자는 구매의사를 결정하게 된다.
생산자에게 누구나 자유롭게 생산에 참여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 질서를 정착시킬수 있도록 계약과 재산권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 행정의 자의성이 개입할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시장질서가 택시서비스에서부터 금융시장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 일반화되고 정착되면 활발한 산업활동은 저절로 이룩되게 마련이다.

어느 기업이 많은 자원을 투자해서 개발한 연구개발의 성과가 다른
기업으로 아무런 보상없이 흘러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할수 있는데 이를
지칭해서 경제의 외부효과라고 부른다. 이러한 외부효과는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의욕을 떨어 뜨린다. 즉 시장에만 맡겨두면 충분한 양의
자원이 기업의 연구개발활동으로 가지 않는다. 이 경우를 시장원리가
본질적으로 실패하는 경우로 간주한다.

이러한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에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정당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장이 스스로 가장
바람직스러운 자원배분을 이룩하지 못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할수 있다
하더라도 그 사실자체로 정부개입의 정당성이 보잗되는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정부는 경제적 효율성을 생존의 준칙으로 삼는 기관이
아니기때문이다. 즉 정부정책이 시장의 실패를 가장 효율적으로 교정해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과연 정부가 집행하는 과학기술 예산의 얼마만큼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으며 정부가 제도화한 과학기술진흥 제도의 얼마만큼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가 생각해볼 일이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자 출발한 정부의
정책은 정부의 역할을 빙자한 관료기구의 팽창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록 시장실패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시장경제질서가 확보된
상태에서는 민간경제주체가 스스로 이를 교정하도록 할때 가장 효율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이것이 노벨상을 수상한 코스교수가 발견한 업적이다.
비록 현실적인 제약속에서 정부의 개입이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개입을 최소로 하고 민간에서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개입은 "시장원리의 본질적 실패"를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라기보다 불합리한 제도에 의해서 시장원리의 적용이 위축되는
"인위적 시장실패"의 상황에서 이를 교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 효율적인
역할을 하는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산업정책이 가장 효과적인 시기는 사회가 혼란해서 시장질서가
위축되었던 시기이다. 60년대의 한국이 그렇고 패전직후,그리고
50년대초의 일본이 그렇다. 정치의 논리가 더큰 위력을 발휘하던
시기이다. 상황에 맞는 힘의 논리가 위력을 가지던 시기이다. 법과
제도가 합리적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았고 그나마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윤리의식도 합리성이 결여되었던 때이다. 능력으로 인정을 받는
것보다는 "관계"를 통해서 접근하려했고,그것이 더 효과적이던 시기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사회현상이 하루아침에 시정될수 없다는데 있다.
오히려 이런 문화유산을 고쳐나가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힘드는 작업이고
세대의 바뀜을 요구하는 요원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는
추구해야겠고 사회여건은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 소위
산업정책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산업활동을 억압하는 사회의 온갖 제약을 모두 다
보상해줄수 있을 만큼의 고단위의 "특혜"를 산업활동에 주었다. 은행의
여신을 주선해주었고,외자도입을 보증해주었다. 산업활동,특히 수출과
관련된 산업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각종
세액공제다,준비금이다,가속상각이다,심지어는 접대비까지 넣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도 되게 해주었다. 수출활동,산업활동과정에 "힘의 논리"
"부패의 논리""관계의 논리"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막아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불합리한 제도에 의해서 시장질서가 교란된 "시장원리의
인위적 실패"의 상황을 치료하기 위해서 임시미봉책으로 등장한
차선책이다.

즉 산업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활발한 산업활동이 일어나는 상황은
그리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그 보다 합리적인 제도가 정착하여
시장질서가 경제 곳곳에 구현되고 그 결과 산업활동이 활성화되는 상황이
더 바람직하다.

이제 문민시대를 맞아 시장경제질서를 정착시킬 수 있는 외적조건이
갖추어지고 있다. 이 문민시대의 가장 중요한 산업정책과제는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고 시장질서가 작동하는 영역을 사회 구석구석에 확대하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산업구조도 발전되어 있어서 오직 그러함으로써만
산업활동의 활성화를 기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