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창구지도등 온갖 수단을 망라해 금리를 잡으려 했지만 잡시 떨어졌던
시중실세금리가 현재는 다시 원상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재무부의 금리담당자가 휴가중인 모양"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거래를 침체에 빠뜨려 채권시장과
자금시장을 교란시키기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장기실세금리의 지표인 3년만기 은행보증회사채 수익률은 지난3월22일
연10.95%로 사상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이달초까지 점진적인
오름세(채권가격은 내림세)를 타 지난 5일까지만해도 연11.95%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은행들이 5월하반월 지준을 마감하는 지난7일부터 급등을
시작,10일에는 한때 연12.65%까지 뛰어 올랐다. 4일만에 0.7%포인트나
오른 셈이다.

시장단기실세금리인 1일물콜금리도 지난달말 연12.5%에서 지난 8일에는
연13.5%로 뛰었다.

이는 신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향후 자금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총통화증가율이 목표치를 훨씬 웃돌면서 금융당국이 강력한
통화관리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또한 시중여유자금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채권매수세력이 위축된 요인도 작용했다. 이처럼
시장실세금리가 급등하자 10일 재무부는 여러가지 방안을 총동원해
진압작업에 나섰다. 이날 재무부는 보유채권을 대거 매도해온
금융기관들은 매도를 자제하고 자금여력이 있는 기관은 채권보유를
늘려주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계에 나돈 내용들은 더욱 상세했고 어떤 내용은 훨씬 증폭되어
전달되기도 했다. 시장에는 은행당 얼마씩 채권매입,투신사는 채권매입
매일보고,보험사는 매도중지,증권사도 매도중지하고 콜대신
거액RP(환매조건부채권)매각을 통해 자금조달,단자사
고금리콜중개자제,카드사와 리스사의 채권발행자제등의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모든 종류의 창구지도가 다 담겨져 있었다. 어떤
수익률로 사들이고 모은행과 모은행은 고금리콜차입을 자제하라는 식의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각 금융기관들은 내용을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재무부의 이같은 강력한 개입이 며칠간은 약효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이날 한때 전일보다 0.15%포인트나 올랐던 회사채수익률은 순식간에
내림세로 돌아서 전일대비 0.10%포인트 낮은 연12.40%를 나타냈다. 일부
은행들은 수익률에 관계없이 사자는 주문을 내놓는 분위기였다. 연3일간
급락세를 지속,12일에는 연11.90%로 급등전 수준을 회복했다. 1일물
콜금리도 지난 10일 연13.5%에서 14일 연11.7%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런 급락과정에서 수익률추가하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당국의
매도자제 지시로 팔려는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처음 마구잡이로
"사자"주문을 내던 쪽에서도 주문을 거두어들여 거래가 두절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심하게 말해 일종의 공황상태였다. 콜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였다.

며칠뒤에는 떨어지던 수익률도 오름세로 돌아서 18일에는 회사채가 다시
연12.<><>%를 기록했다. 1일물콜금리는 연12.<><>로 올라섰다.

지난 15일에는 매수처까지 확정됐던 카드채의 발행을 발행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중지시켰고 17일에는 채권매수강화지시를 다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잡히지 않았다.

결국 이번 재무부의 개입은 수익률도 제대로 잡지 못한채 시장만 혼란시킨
결과가 됐다. 또한 재무부의 체면도 다소 손상을 입었다.

채권전문가들은 미국의 금융시장개방압력이 강화됨에 따라
채권시장개방일정이 앞당겨질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시장의
왜곡이 계속되면 경쟁력강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회사채수익률이 12%선을 깨고 올라갈때부터 채권담당자들은 정부의 개입을
기대했었다. 12%선이 무너지자 이같은 기대감도 붕괴되며 수익률이
급등세를 나타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채권영업담당자들은 시장상황과 향후 금리전망보다는
재무부의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영업을 하게된 것이다.

채권시장은 주식시장보다 규모가 큰데다 확정된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주식시장보다 훨씬 매력있는 투자대상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은 대부분 보증기관이 있어 개별기업내용과 발행주체를 잘 알지못해도
되기때문에 주식보다는 외국인의 접근이 용이하다.

재무부만을 바라보다가 선진투자기법을 갖고 덤비는 외국인들과 대등하게
경쟁할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셈이다.

채권전문가들은 당국의 시시콜콜한 창구지도보다는 주로 투신사와
은행등으로 한정돼 있는 채권매수기반을 확충할수 있는 수신상품개발등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금리중심의 통화관리방안을 포함해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지금한다해도 아직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성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