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정부의 개혁정책에 관한 일본내의 관심과 평가는 아무래도 아직은
소극적이다. 가끔 신정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율이 매스컴한구석에
나오지만 삽화적 차원을 넘어선것 같지않다.

며칠전 일본의 한 경제단체모임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먼저 등단한
일본의 한이코노미스트가 "김대통령은 매일아침 조깅을 하는데
다른사람들은 뒤에서 따라가야지 누구라도 앞서 달리다가는 금방
목이달아난다"고하여 폭소가 터졌다. "권위주의의 다음도 권위주의"라는
시각이다.

아주의 첫개혁
필자는 강연도중에 그만 목소리가 올라가고 말았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혁은 아시아역사상 첫실험이다. 아시아에서의 진정한
민주주의가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왜 대국을
보지못하고 나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갖고와서 사태를 호도하는가"
사실 지금 세계는 군사적 냉전시대에서 경제적 냉전시대로 바뀌고 있고
미소대립시대에 이어 미일대립시대로 접어든 느낌이다.

일본은 이러한 미일마찰에 대응하면서 동남아에 이어 중국을 새로운
경제진출의 출구로 삼아 질주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정신대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냉전"의 여파도 있겠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은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그러나 일본이 당면하고있는 정치개혁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한국의
정치개혁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부활되고 있다. "한국은 되는데 일본은 왜
안되는가"하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지금까지 사회주의권과
대결할때에는 보수정당의 장기집권이 가능했지만 사회주의의 몰락이후
보수정당의 존립기반은 사라졌다. 따라서 일본도 정권교대가 불가능한
정치구조와 그것으로인한 부패구조의 정착에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다.
어느덧 정치개혁에 있어서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지식인사회를 중심으로 조금씩 형성되어 가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기본적으로 정치가 경제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큰문제가
있지만 반대로 한국은 정치적 개혁을 "신경제"로 연결시키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는것 같다. 슘페터식으로 말하면 낡은 틀의 파괴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새로운 틀의 창조에는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있는 것이다.

질적혁신 필요
최근 일본학술회의가 주최한 "동북아경제협력"국제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의
"신경제"가 막전막간논의의 중심이 되었다. 후발국단계에서
신흥공업국단계까지 도달한 사례는 약간 있지만 신흥공업국단계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할수 있는가 없는가의 역사적 실험을 한국의 신경제가
하고있다는 시각에서였다. 그곳에서 논의된 내용을 필자나름대로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 한국은 생산요소의 추가투입에 의한 양적성장에서
기존투입요소의 이노베이션에 의한 질적성장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재벌체제로 그것이 가능하겠는가,중소기업의 획기적인 육성없이는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것이다.

일본의 기업집단을 한국에서는 재벌과 같은것으로 착각하고 있는것같은데
기업집단은 국민적기업이고 전문경영인에의한 현장중심의 전문기업이다.

둘째 오늘날 사실상의 관리무역시대,그리고 클린터노믹스의 대두로
산업정책이 일반화되고 있는 시대에 한국의 신경제가 표방하는 작은 정부는
과거의 레이거노믹스의 추종이 아닌가.

한국에서는 큰정부냐,작은정부냐 보다는 오히려 하드(hard)정부에서
소프트(soft)정부로의 변신이 중요하지않은가. "작지만 강력한 정부"도
중요하지만 "소프트하면서 정보에 기민한 정부"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신국제전략을.
셋째 오늘날 경제적 냉전 혹은 자본주의대 자본주의의 경쟁시대에는
한국의 신경제가 어떠한 유형의 자본주의를 지향하느냐가 중요하다.
영미형 자유자본주의냐,독불형 사회자본주의냐,일본형
계열자본주의냐,민간의 창의를 기반으로 한다는것은 기본이고 그것을
어떠한 형의 자본주의로 흡수하고 확산시키느냐에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넷째 한국 신경제의 국제적부분이 명확하지않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세계기업의 투자대상에서 소외되고 있으며 기술동맹에서 배제되어있고
수출시장에서 몰리고 있지않은가. 달러권에서 밀리고,엔권에서
몰리고,화교경제권에서 쫓기는 구조속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한계가
있지않은가. 새로운 경제질서의 형성기에 한국의 새로운 국제적전략이
아쉽다는 것이다. 바람이 불지않아도 바람개비는 돌아가겠지만 역시
바람개비는 바람을 만나야 제격인 것이다.

향후변신 주목
이렇게 본다면 신경제의 전도는 그리 순탄할수만은 없다. 혹 바람을
만나지못한 바람개비는 아닐까.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신정부의 정책에
박수를 보내면서 불안을 금치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것 같다.
이것은 정치적 사법적 개혁에서 경제적 창조로의 전환이 쉽지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러한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의 경직성과
비성숙성이 개재되어 있는것이 아닌가하는 문제도 포함하고있다. 신정부의
역사적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직적 개혁을 성숙한 개혁으로,그리고
사법적 내지 도덕적 차원의 개혁을 국제경제적 내지 전략적 차원의
개혁으로 전환,"고도성장"을 실현하는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신정부가 등장했을때 모두들 보수기득권세력의 포로신세가 될까,"트로이의
목마"가 될까하고 관심있게 지켜보았었다. 결과는 트로이의 목마였고
국민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트로이의 목마는 적성의 파괴로
그치고만다. 이제 우리는 신정부가 트로이의 목마에 머물것이냐,환호하는
관중을 뒤로하고 슘페터적 의미의 창조적,"에르하르트"로 변신할 것이냐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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