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산울림(서울마포구 서교동)의 2층연습실은 요즘들어 매일 연습에
몰두하고있는 남녀배우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있다.

무더위에 아랑곳없이 몸짓과 대사를 일치시키느라 얼굴가득 땀방울이 맺힌
배우들의 모습은 숙연함마저 엿보게 한다.

30평 남짓한 이곳에서 10여명의 배우들이 막바지연습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있는 작품은 소극장산울림이 특별기획한 "오늘의 한국연극 새작품
새무대"의 첫번째작품인 "불의 가면"(이윤택작 7월1~31일).

"불의 가면"은 가상의 섬인 랑겔한스섬을 무대로 벌어지는 젊은왕의
독재와 지식인의 갈등을 그린 퍼포먼스성향의 작품. "불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제의극이다.

"불"은 "독재","가면"은 "진실이 감추어진 허상"으로 제목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처럼 우리의 현대사를 30년동안 지배해왔던 독재자의 철학과
지식인의 고민,인간의 광기와 성콤플렉스에 대한 심층적갈등을 연극으로
표현했다.

특히 이작품에서는 독재자의 철학을 인식시키고 유교적 엄숙주의를
배격한다는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극중 젊은왕 시의 여옥 섬의탈주자등
다섯개의 배역을 맡은 남녀배우들이 알몸으로 출연한다.

또한 작가가 독자적인 어법으로 쓴 문어체의 대사를 살려"언어의
연극"으로 만들되 그렇게함으로써 자칫 "강연장"이 될수도있는 우려를
시청각의 울림효과로 커버,무게와 감성이 함께 분출될수 있는 무대로
형상화했다.

이번 연극의 배역은 9명이지만 동원되는 배우는 모두 17명이다. 주인공
젊은왕을 제외하고는 한 배역을 2명씩 맡았기때문이다.

연출가 채윤일씨는 "출연배우들을 두 파트로 나눠 한 작품은 작가성향의
포스트모더니즘연극으로,한 작품은 정통리얼리즘연극으로 표현양식을
바꾸어 가며 번갈아 공연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채씨는 "지난5월초순부터 연습을 열심히 한덕분에 이제는 배우들간에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다"며 "이번작품의 공연은 문민시대를 맞아 지난
30년간 독재체제하의 삶을 형상화하고 그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이
될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91년 동아연극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김학철이
젊은왕으로,시의역에는 남명열과 이찬영이,여옥역에는 CF모델출신의
하도희와 신인 이미정등이 출연,중견 신인배우들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글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