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하다는 사람이 있다. 너무 기업을 하기가 숨차다는 사람도
있다. 둘다 중소기업사장이다. 두사람이 보내온 편지는 그대로가 한국의
답답함을 표현하고 있다. 사정이 요란하고 경제개혁조치가 대담하게
단행되는 속에서도 구석구석엔 기업인들의 애를 태우는 뚫기 어려운 벽이
정부의 선의를 비웃듯 버티고 있는것이다.

A사장은 25년간의 보일러설비업 실무경험으로 첨단보일러를 개발했다.
실용신안특허 6건을 등록하고 제품을 생산하기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유관기관에서도 이 제품의 유망성을 인정하여 중소기업구조조정기금에서
시설자금 5억원과 운전자금 2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88년말부터 어느
농공단지에 공장을 짓기시작했다. 91년2월 공장이 거의 준공될 무렵에
일이 터졌다.

난데없이 부도가 났다. 은행에 돈을 대지못해 부도가 나는것은
당연하지만 돈을 은행에 맡겨놓고 있었는데도 부도가 났으니 날벼락이다.
평소 거래하던 은행의 차장에게 돈을 맡기고 예금거래신청서를 작성했으며
인감도 주었는데 담당자가 통장을 만들지 않은것이다. 발행어음이 은행에
지급제시되고 결제를 요청했으나 은행이 고의로 이를 거절하여 부도처리가
됐다고 한다. A사장은 담당 차장이 현금을 유용했다고 하지만 그 흑백을
본란에서 가릴 계제는 아니다.

A사장은 7억~8억원이나 들어간 공장을 경매처분당했고 가산과 특허까지
압류되었다. 사람이 장난삼아 던진 돌이 개구리에겐 죽음을 몰고오듯
A사장은 불패기업인이 되었다. 은행이 당초에 잘못만 인정했으면 해결될
일을 이 핑계 저 핑계로 자기들의 행위를 합리화하여 한 기업인의 꿈을
박살낸 것이다.

A사장은 그러나 처절한 싸움을 시작했다. 경찰 검찰 은행감독원 재무부
상공부 기획원 감사원 국회등을 2년이 넘게 뛰어다니며 고발하고 진정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이 이유,저 이유를 대며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고하여
최종적으로는 은행행위를 합리화하는 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그동안
챙긴 증거서류와 진정내용등이 한가방인데 이를 제대로 보아줄 곳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A사장은 모두가 유착되어 한통속인 것 처럼 느낀다고 한다. 우리국가
시스템은 억울함을 당한 한 기업인을 살리지 못할만큼 허술한지 의문이다.
사정의 참뜻이 일선기관에서 살아움직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 나라를 등지고 자기기술이면 후한 대접을 받을수 있는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땅에서 첨단보일러를
만들어야 한다는 꿈이 더 강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있다. 누가 그를
구할것인가.

B사장은 중소기업으로서의 고통을 하소연한다. 고임금과 인력난에 노는
날이 너무 많다는 소리는 항상 나오는 소리다. 무엇보다도 근로기준법이
문제라고 한다. 주44시간근무제로 작업준비 퇴근준비하다 보면 일할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중소기업중 30%가까이가 주46시간 일하고 있는데 우리는
대기엄 중소기업 구분없이 무자르듯 일괄적으로 주44시간제를 실시하여
열악한 중소기업의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은
근로시간을 단축할때마다 중소기업엔 이를 몇년씩 유예해주었었다. 우리는
말로만 중소기업육성을 크게 떠들면서 실제로는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적은 것이다.

잔업수당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일본이 25%인데 비해
우리는 그보다 배가 되는 50%를 가산하게 되어 있어 더더욱 기업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퇴직금제도에 모순이 많다고 한다. 일본은 3년연속 근무해야 비로소
퇴직금 탈 자격이 생기는데 우리는 1년만 근무하면 퇴직금을 탈수 있어
근로자의 직장 이탈을 부채질 한다고 한다.

더구나 일본은 퇴직금 산출기준을 12개월 정산제로 하고 있는데 대해
우리는 퇴직전 3개월 정산제로 하고있어 철새근로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업종에 따라서는 일이 몰리는 계절이 있어 자연히 잔업수당이 폭증한다.
바로 이때를 노려 퇴직을 하면 보통때보다 퇴직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자동차판매회사의 경우 보통때 한달 10여대를 팔던 사원이
요즘은 중국특수로 50여대를 팔아 그전에 1천8백만원가량 되었던
퇴직금추산액이 5천만원이상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이것이 근로자에게
퇴직을 유혹할 것은 뻔한 일이다.

두 중소기업사장의 편지에 구차하게 의견을 첨가하지 않아도 무엇이
잘못되어 있고 고칠일이 무엇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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