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운동과 자유무역주의가 충돌한 최초의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미국이 지난 89년 돌고래보호를 이유로 맥시코와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참치수입을 전면금지한 조치가 그것이다.

멕시코의 태평양연안을 회유하는 길이 2m가량의 이 황지느러미참치는
멕시코 어민의 중요한 수출소득원이다. 그러나 이 참치는 항상 돌고래떼
밑을 헤엄치고다니는 습성이있다. 때문에 이 참치를 잡으려면 항상
돌고래가 불가피하게 함께 어망에 걸릴수 밖에 없다.

세계 최대 참치소비국인 미국의 환경단체들은 돌고래보호를 이유로 정부에
대해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산참치수입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고 미의회는
해양포유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은 미국내참치선단이
혼획한 돌고래수보다 1.25배이상의 돌고래를 잡은 나라로부터의 참치와 그
가공품의 수입을 전면금지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위반한 나라로부터
참치를 수입한 제3국으로부터의 참치관련상품이 미국에 수입되는 것도
금지했다.

그 첫조치가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에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는
미국의 해양포유동물보호법이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체제에 위배된다고
지적,GATT무역중재위원회(패널)에 제소했다.

미국은 이법이 무역규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GATT규정(20조)에
합치된다고 주장했으나 GATT패널은 91년 미국이 자유무역원칙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미환경단체들은 GATT의 이같은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연방법원에 이
법의 엄격한 시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승소했다. 미국정부는 GATT의
결정을 무시하고 연방법원의 판결을 수용,92년1월31일부터 다시 참치수입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미.멕시코간의 이러한 참치분쟁은 자유무역이냐 환경보호냐,하는 세계적인
논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이 주장한 GATT20조의 예외규정이란 <>인간및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보호나<>유한천연자원의 보존을 목적으로 할경우 또는 <>정부간
상품협정이 맺어질 경우 일시적으로 무역규제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국가간에 자의적이고 불공평한 무역차별화의 수단
또는 국제무역에 대한 위장된 수입제한조치로 사용되지 않을 것을 단서로
내걸고 있다.

GATT패널은 환경보호를 위한 무역규제가 허용될수 없는 근거로 다음과
같은 4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수입상품의 국산대우(무차별원칙),둘째 수입품의 생산방법이나
과정이 규제의 이유가 될수 없다는 점,셋째 보호돼야 하는 동식물이나
천연자원은 규제국 영토내에 국한되어야 하며 다른 나라(수입국)의
동식물이나 천연자원에까지 확대 적용돼서는 안된다는 점,넷째 어느 특징
동식물(돌고래)의 보호를 위해 전혀 무관한 상품(참치)의 교역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점등이다.

GATT나 자유무역옹호론자들은 "자유무역자체가 그린(환경보호조치)이다"는
주장을 편다.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성장이 환경보호를 강화할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확대할수 있다는 얘기다. 나아가 기술진보와 생산성제고를
통해 자유무역체제에서도 환경보호의 효율성을 높일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보호론자들은 자유무역주의 때문에 환경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국가간의 환경기준차이로 인해
경쟁력이 타격을 받고 환경규제가 약한 나라들의 산업이동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GATT체제는 환경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40년대의
유물이기 때문에 환경보호가 중요 과제로 떠오른 현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GATT 스스로도 무역과 환경문제를 조화시킬 의무가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GATT의 한계는 유엔환경기구(UNEP)등에
의해서도 인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자연기금(WWF)같은 급진적인 환경단체들은 GATT체제의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제의
하나인 MTO(다자간 무역기구)가 환경보호조치와 무역문제를 조화시킬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출범,GATT를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무역주의와 환경보호주의간의 논쟁이 점차 가열되는 상황을
반영,작년에 열린 지구환경회담은 "지속가능한 발전"는 내건 리우선언을
통해,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의 지침을 통해 기존의 무역기구를
통한 환경및 무역문제의 계속적인 발전과 환경관련무역규제의 남용 또는
악용금지를 제안한바 있다.

그러나 두 정책간의 조화는 아직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현재
1백60개에 달하는 환경관련 국제협약이 대부분 가맹국의 확대를 위해
비가맹국에 대한 규제적인 차별대우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환경국제협약과 GATT간에 힘겨루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환경협약에 서명한 GATT회원국들은 어느쪽을 상위법으로 받아들여야 될지
혼란에 휘말리고 있다.

이러한 대립적인 상황의 타개책으로 맥스 보커스미상원의원등은 UR를 잇는
환경라운드(green round)의 출범을 제안하고 있다. 환경라운드를 통해
국제 환경 무역규범을 GATT체제내에 마련하자는 것이다.

환경보호 목소리가 높아감에 따라 자유무역주의는 부분적으로 희생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의 환경규제움직임을 정확히
분석,수용하거나 반대할수 있는 논리를 찾아내는 적극적인 대응노력이
요구된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