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9월7일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세계중소기업연맹(WASME)제5차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내가 세계중소기업연맹 회장으로 선임된 것은 결코
잘나서 그런것은 아니다. 바로 그 배경에는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의 밑바탕에는 우리의
중소기업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것을 모델로 삼아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싶다는 개발도상국가들의 염원때문일 것이다.

회원국의 염원에 부응하는 뜻으로 우리는 92년4월22일부터 25일까지 제6차
세계중소기업연맹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53개국에서 5백50명이
참가하여 성대히 치러졌다. 인도 에티오피아 스리랑카의 현직
산업부장관,소련 루마니아 유럽의 중소기업연맹회장,이집트 파키스탄등의
개발은행 총재등이 참석했다. 한국과 협력하고 한국에서 배워가려는
그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그중에서도 타데스 에티오피아 산업부장관은 특히 열심이었다.
에티오피아는 수십년간 공산주의 정권아래에서 경제가 거의 파탄에
이르렀으나 최근 민주혁명으로 새로이 자유시장경제를 도입,특히 중소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있어서 타데스 장관은 내 이야기를 일일이 메모해가면서
경청하였다.

6.25동란때 에티오피아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하여 3천5백명이나 되는
고귀한 희생자를 냈다. 그 용사들을 위한 위령탑이 춘천 호반에 설치돼
있다. 타데스 장관이 그곳을 참배하고 싶다기에 군의 협조를 얻어 그가
헌화할때에 군악대가 연주하고 또 춘천시장을 비롯한 많은 유지들이 환영해
주어 그는 한국의 우정에 큰 감동을받고 돌아갔다. 작년10월 타데스장관의
주선으로 에티오피아를 방문해달라는 대통령의 초청을 받았으나 사정이
여의치못해 그 뜻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

올해 3월3일부터 5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세계중소기업연맹대회가 열렸다.
UNIDO UNCTAD ESCAP등 유엔기관의 후원을 받아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와
세계중소기업연맹이 공동 주최한 대회로 나는 이 대회의 공동대회장이니까
반드시 참가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있었다.

그런데 대회개최일을 1주일 앞두고 갑자기 수술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표 일행은 떠났고 나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꼭 참석해야 될것 같았다. 그래서 수술을 마친후 여행은
무리라는 의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폐획식에 가까스로 참석하여 준비한
기조연설을 하였다.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여겼던 대회 주최측과 중국정부
당국자는 물론 대회에 참가했던 8백여명의 참가자들이 여러 차례
기립박수까지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바로
옆자리에 있던 차오주 유엔사무차장이 수술받은 몸으로 자기 책임을 다해준
WASME회장의 정신이야말로 유엔의 인류평화와 공존공영을 염원하는 정신의
구현이라면서 찬사를 보냈을때,또 다시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와 나는
평생에 가장 감격스러운 한 순간을 체험할수 있었다.

WASME는 주로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민간기구로서
그 활동이 유엔의 인정을 받아 유엔경제사회이사회 UNIDO UNCTAD등의
자문기관으로 되어 있다. 물론 WASME에는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등의
선진국도 가입되어 있지만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개발도상국들,최근에 이르러서는 러시아와 동구권 여러나라및 중국등이
가입하여 현재 회원국은 82개국이다.

WASME를 실질적으로 조직하고 오늘날까지 이끌어온 사람은 인도 사람인
아그라왈씨이다. 이분이 중심이 되어 80년에 WASME를 창설하였으며
사무총장직을 맡아서 거의 혼자의 힘으로 오늘날의 국제기구로 성장시켜
놓았다. 나는 국제활동으로 해외에 나갈때마다 아그라왈씨의 초인적인
활동과 그의 철학.사상에 대하여 큰 감명을 받고 있다.

지금 새로운 문민정부가 신한국의 신경제를 건설하기 위하여
중소기업육성에 최대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우리
중소기업자들은 대통령의 이와 같은 의지에 부응하는 뜻으로 철저한
의식개혁을 통하여 거듭나는 자세를 확립해야할 것이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을 위하여 중소기업의 창업정신과 자조의식,국제적협력 기반을
다져주어야 하며 그렇게함으로써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복지,지구촌의
공존공영에 이바지해야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