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전망과 금리전망은 전혀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맑을것으로 생각
하더라도 기상학적으로 비가 오게되어있으면 비가 오지만 금리는 많은 사람
들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오를 요인이 별로 없는데도 결국 오르고 맙니다"
한은관계자는 최근의 금리오름세를 이렇게 비유했다.

회사채수익률이 지난 7일 3개월만에 다시 연12%로 올라서고 단자사간
콜금리가 연13%대를 기록하면서 금리불안이 가중되고있는 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금리안정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한은은 이같은
금리오름세를 적잖은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금리가 상승커브를 그리기 시작한것은 지난달 중순께부터. 정부가 올들어
두차례나 규제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금리안정에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금리고삐가 완전히 잡히는 듯했으나 지난달 중순 높아진 통화수위를
끌어내리기위해 한은이 통화관리를 강화하면서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돈줄관리가 빠듯해지자 은행들은 콜자금을 끌어썼고 그로인해 연 10%대에
머물던 콜금리가 지난달 하반월 들어서면서 연11%로 올라서더니 곧바로
연12%와 연13%벽을 깨뜨렸다.

기업의 자금수요도 그리 크지않은 상황에서 오르기 시작한 금리는
금융전문가들 사이에 "앞으로도 계속 오를것"이라는 심리적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한은관계자는 통화관리강화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심리적인 금리상승요인으로 금융계나 일반인들이 앞으로 경기가 좋아져
자금수요가 늘어날것으로 보고있다는 점이다. 수요가 늘 경우 금리가
오를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회사채수익률이 오르는 것도 공급물량(5월 순증기준 9천1백96억원)이
많은 반면 금리상승(채권값 하락)을 예상,기관투자가들이 매입을 줄이는게
큰 요인이다. 박재환한은자금부 부부장은 "회사채의 주요 매입기관인
투신사등이 금리가 더 오를 것을 예상한듯 수요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세금리오름세는 그로인해 규제금리와의 격차를 더 확대시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을 줄 가능성도 크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발행해놓은 중개어음이나 기업어음(CP)이 6,7월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데도 이들의 할인이나 매출금리(자유화됐으나
실질적으론 상한선 규제)가 실세금리보다 낮아 연장이 안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한 자금당담자는 "대기업들이 당장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차입을 늘릴때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길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리오름세를 누르는게 발등의 불로 떨어졌으나 통화공급확대로
인한 물가불안우려가 제기되고있어 돈줄을 놓을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어려운 입장이다. 지난달에도 통화증가율이 목표치 18%를 넘어버려 유연한
관리가 쉽지않다. 금리를 잡는일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계속적인
통화증가율의 목표초과를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부분적으로 기업의 가수요도 나타나고있어 한은관계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달 은행의 당좌대출이 은행별로 5백억~6백억원
늘어난것도 가수요에서 비롯된 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해서 금리가 큰 폭으로 뛰어오르지는 않을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한은과 대기업측이 그런 생각들을 갖고있다.

한은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업의 자금수요가 많지
않을것"이라며 "심리만 안정된다면 금리도 그리 오르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이지않고 상당수 기업들은 기업금전신탁(올들어 3조4천억원증가)등으로
자금을 확보하고있어 수요견인에 의한 금리상승가능성이 높지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회사채금리가 연13%까지 오를것으로 내다보고있는데 대해
한은자금부는 연 12%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것으로 전망하는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은의 바람과 달리 금리가 상승할경우 연내로 잡힌 2단계금리자유화에도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성급한 우려도 없는게 아니다. 한은은 이에대해
2단계금리자유화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며 지금은 금리가 그리 오르지
않을것이라는 새로운 심리를 확산시키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심리적인 맞불작전이라도 펼치고 싶다는 얘기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