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원로작가를 중심으로 한 판화보급운동이 일고 잇다
중진 원로작가들의 판화제작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일반의 판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종래 판화를 만들지 않던 중견이상 중진과 원로작가들이
각기 특색있는 판화를 제작하는 등 판화의 대중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대원 최종태 이종상 김창렬씨를 비롯한 이른바 인기작가 12명의
판화모음집이 만들어지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

가나화랑이 기획,화랑미술제(8월21~31일)에서 첫선을 보인 뒤 9월1일부터
시판될 이 모음집은 화려한 작가군에 비해 낮은 가격이 매겨져 판화계는
물론 국내미술계 전체에 상당한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나화랑이 개관10주년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시도한 판화보급운동에
작가들이 동참함으로써 제작되고 있는 이 판화집은 12장 한 세트에
3백만원(2백세트 한정),1장당 25만원에 판매되는 셈이다.

현재 이 판화세트를 위해 작품을 제작중인 작가는 이대원 최종태 이종상
김창렬씨와 하종현 송번수 이왈종 임옥상 오수환 이상국 박영남
김병종씨등.

크기는 54 x40 (신문크기). 8호(45.5 x37.9 )보다 크고 10호(53 x45.5
)보다 조금 작은 것으로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판화로는 가장 큰 사이즈가
된다.

현재 중진 원로작가들의 판화가격은 작가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1백만~1백20만원. 물론 이 경우는 에디션이 적고(1백번이하)
액자상태의 낱장판매라는 조건이 따르지만 그래도 이번 판화집의 가격은
파격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원로작가들중 망서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판화애호가 확대라는 측면에서
기꺼이 허락,세트제작이 이뤄지게 됐다"는 것이 이호재씨(가나화랑 대표)의
설명.

실제로 이 판화집 제작에 참가한 원로작가 "이대원씨는 판화에 관심은
많았지만 시간도 적잖게 뺏기고 판화를 하다보면 유화가 딱딱해져 그간
제작하지 않았는데 새삼스럽게 해보니 재미있다"며 앞으로는 간간이 해볼
작정이라고 전했다.

이 판화집의 경우 또 12명의 작가 모두가 기존의 작품을 판화화하지 않고
판화를 위한 그림을 새로 그림으로써 오리지널판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장우성 권옥연 윤명로 유병엽 박대성 김훈씨는 이 판화집과
관계없이 판화를 제작하는 경우. 이들 작가의 판화는 가나아트갤러리와
앞으로 개설될 가나아트갤러리체인점에 의해 판매되게 된다.

국내판화운동의 기수중 한사람인 윤명로씨(서울대교수)는 "중산층의 폭이
넓어지고 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공간이 되면서 판화의 잠재수요는 크게
늘었으나 정작 이들 수요층을 시장으로 이끌어내는 움직임은 부족했던
것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가나화랑의 판화보급운동은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얘기했다.

윤씨는 이같은 운동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현대판화40년전"(5월26일~7월1일)이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대해 "판화보급의 여건이 그만큼 성숙됐음을 뜻하는 것"이라며 이번
전시와 중진원로들의 판화제작붐으로 작가들은 물론 일반의 판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종래 판화전문작가나 젊은 작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판화에
중진이상 원로작가들이 이처럼 관심을 보이는 것을 놓고 미술관계자들은
대체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판화기법을 잘 모르는 작가들의 경우
오리지널회화의 복제품같은 판화를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판화의
특성과 맛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