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교육학자 정범모한림대총장(68).

교육계에 투신한지 41년이 된 정총장은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학자들 못지않게 왕성한 연구활동을 벌이고있다.

"교육과 교육학" "미래의 선택" "교육난국의 해부"등 대표적인 저서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그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연구하는데 일생을 바치고있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 자리잡고 있는 한림대를 찾아가 정총장을 만나봤다.
15년전부터 시작한 스키와 테니스등으로 건강을 다져서인지 목소리도
우렁찰 정도다. 한담을 청하는 기자에게 정총장은 원로 교육자답게
대학입시부정,입시제도의 문제점등 교육현안에 대해서만 줄기찬 강조를
한다.

-교육부 발표를 보니 한림대학은 8명의 부정입학이 있던데요.

<>정총장=한림대입장에서는 좀 억울합니다. 8명 전원이 교직원자녀였는데
모두 일정한 가산점기준에 따라 뽑았습니다. 사실 교직원자녀
특혜입학제는 지난 5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도 한때
실시했었습니다. 대학에 봉직하는 사람들에게 그정도 혜택을 주는것이
부정입학이라고 할수는 없지요. 덮어놓고 뽑은 것도 아니고 엄격한 기준을
정해 교수 전원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이른바 금품수수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도 교육부에서 안된다니
그만뒀습니다. 그런데도 뒤늦게 부정입학자명단에 끼워 발표했으니.
사회분위기가 삭막해지다보니 큰 부정도 아닌것까지 빡빡해지는군요.

-진짜 문제가 되는것은 뒷거래로 대학에 들어간다든지 정답지를
빼낸다든지 하는 고의적인 부정입학 아니겠습니까. 부정입학이 생기는
근본원인이 어디있을까요.

<>정총장=사회 전반의 부패풍조가 학교에까지 스며들어 온 것이지요.
제도나 정책등 구조적 잘못도 큽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심성입니다.
부정의 유혹을 물리칠만한 도덕적 용기가 부족한 심성탓이지요. 올해
부정을 못하도록 온갖 제도적 장치를 동원한다지만 부정을 저지르려고
작심하고 덤벼드는 사람을 어떻게 막겠어요. 국립교육평가원 직원의
답안지유츌사건에서도 봤듯이 도둑 한명을 열사람이 나서도 못 잡는 것
아닙니까.

-새 입시제도의 첫 관문이랄 수 있는 1차 수학능력시험이 두달 남짓
남았는데도 아직 학생들이 출제 방향에 대한 갈피를 못잡고 있는데요.

<>정총장=새입시제도가 과거보다 하등 개량된 것이 없어요. 이름은 달리
였지만 학력검사라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수치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참 고약한 방법입니다. 수치는 무조건 다
과학적이라는 맹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출제자에 따라 문제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보면 출제자체가 주관적인 셈인데 채점만 객관적으로
한다고 객관적 평가가 되겠습니까.

국어와 수학점수를 합산한다는 것도 그래요. 서로 다른 능력을 잰 수치를
더하는 식의 현행 입시제도도 평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과 를 합해선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전인적평가입니다. 지식만이 아니라 상상력 창의력
사고력도 재고 정적 의적능력도 보는 것입니다. 전인적 평가란 근본적으로
인간평가입니다. 그것이 또 가장 공부 잘하는 사람을 뽑는 길이고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쑴해 주십시오.

<>정총장=미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라는 하버드대학의 선발방법을 예로
들지요. 4가지를 봅니다. 학력 과외활동 인물 스포츠. 학력은
수학능력고사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 점수 이상만 받으면
됩니다. 우리처럼 2백점 맞았느냐 2백1점 맞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죠.

과외활동은 학생회장경험이 있느냐,시집을낸 적이 있느냐 등등입니다.
훌륭한 시집을 냈다면 영락없이 국문과 입학허가가 떨어집니다.

인물은 책임성 지도력 사회봉사활동등을 평가합니다. 그다음은 스포츠.
이 4가지를 종합 입학전형위원회에서 투표를 합니다. 가장 둥글둥글한
인간을 뽑는 것이죠. 하버드대학에는 철칙이 있습니다.

숫자장난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고교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객관식 출제가 가장 오류가 적은 평가방법 아닙니까.

<>정총장=주관식 평가도 조건만 잘만들면 객관적 평가가 될수 있습니다.

예컨대 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채점을 봅시다. 여러사람이 매긴
점수중에서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는 빼고 합산해서 평균을 냅니다. 감정이
얽혀들어 특별히 높거나 낮은 점수를 주는 위험을 없애자는 의도지요.
굉장히 과학적인 방법입니다. 대학에서도 이런식의 평가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 부활된 본고사제도를 채택한 대학이 9곳 뿐입니다. 대학 스스로가
선발의 자율권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까.

<>정총장=대학들이 본고사를 포기하는것은 무서운 현상입니다. 지난
25년간 학생선발을 정부에 맡기다보니 이제는 선발능력자체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자율을 싫어하는 경향이 길러진 것이지요.

문론 대학들이 본고사를 안보는데는 괜히 부정입시의혹에 휩쓸리기 싫다는
심리도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귀찮고 겁나서입니다.
한림대는 제가 총장으로 오기전에 본고사를 안치르기로 결정이 됐더군요.
그러나 내년에는 교수들만 찬성한다면 본고사를 볼 작정입니다.

-대학의 선발능력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정총장=우선 교육부는 대학입시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합니다. 대학은
좋은 입시제도를 연구 개선 해야지요.
50년대에는 그랬습니다. 교육부(당시 문교부)가 정원만 정해줬지 다른
것은 대학이 다 알아서 했지요. 그런 분위기에서 대학은 어떻게 하면 좋은
학생들을 뽑아들이느냐를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사회는 대학이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 한 믿어줘야 합니다. 실수까지
부정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합니다. 완전한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입시제도가 문제있다는 지적은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닌데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정총장=현재의 혹독한 입시제도를 밑천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 많은 과외 아르바이트 대학생,즐비한 입시학원,온갖종류의
가정교사,엄청난 참고서산업. 입시준비 교육이 없어지면 모두가 먹고 살
길이 막힙니다.

이들이 이를테면 굉장한 정치세력이지요.

뿐만아니라 학교에서도 야단납니다. 방과후면 자율학습으로 묶어놨던
애들을 어떻게 합니까. 운동기구 과학실습기자재 그림그릴장소 어느
하나도 없잖아요. 입시준비교육을 없애려면 학교는 풍부한 과외활동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또 현행 입시교육을 내심 좋아하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각종
입시준비교육이 애들을 붙들어 주니 돌볼 필요가 없지요. 이런 것들이 다
없어져 애들이 밤에 거리를 헤매고 다닌다고 해 보십시오. 두통거리
아니겠습니까.

선생들도 피곤해지기는 마찬가지지요.

참고서 시험문제지등을 이용해서 잡식을 쏟아 넣는 것이 가장 쉬운
교습방법입니다. 토론 실습 작문등 다양한 교육을 한다고 해 봅시다.
작문 하나 고쳐주는 일만해도 얼마나 귀찮아지겠습니까.
입시준비교육이라는 애로가 없어지면 손해 볼 사람들이 이만저만 있는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입시준비교육을 없앨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정총장=현행 입시준비교육을 은연중에 반대하는 세력을 막아야지요.
가령 대학생들에게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줘야합니다. 출판사는 참고서
학습장만 만들지말고 과학전집등 유익한 서적을 내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러기위해서 정부에서 도움을 좀 주마는 약속도 있어야겠지요.
입시학원들은 다른 교육적사업을 할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합니다.

온갖 사회적 정치적 밑받침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입시교육문제는
교육부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10~20년 걸려 입시교육이 없어진다면 극히
다행이지요. 30~40년 동안 악화일로를 걸어왔는데 10~20년만에 해결된다면
그게 어딥니까.

앞서말한 조건과 환경들을 만들도록 종합적이고 장기적 사고를
해야합니다.

시간이 나면 이런 얘기들을 "입시준비교육이 없어지는 날"이란 책으로
펴내려합니다. 출간하면 광고 좀 해주시렵니까. (웃음)
-문민시대를 맞아 개혁이 한창입니다.

교육개혁에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

<>정총장=우선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입시준비교육을 없애야 합니다.

둘째는 가난한 교육을 구제해야 합니다. 새정부가 공교육비를 GN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지만 현재의 엄청난 사교육비를 그대로 둔채로는
힘들겁니다.

사교육비를 공교육비로 끌어들일 창안적인 정책이 있어야지요.

셋째는 부조리한 교육풍토를 바로 잡는 것입니다. 돈봉투
참고서채택료등도 문제지만 권위주의가 가장 심각합니다. 선생님이
무서워서 학교가기 싫다는 애들이 많아요.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고 애들이
깨닫는 모습에 즐거워하는 선생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교육이 정상화돼야 합니다. 과거 30년 동안 대학생은
데모하느라 정부는 막느라고 바쁜통에 정작 대학공부는 제쳐놨었습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지식경쟁사회라는
현대사회에서 대학은 정보전쟁의 병참기지입니다. 대학이 뒤떨어지면
세계전쟁에서 밀린다는 얘깁니다.

덧붙여 이 모든 것을 단번에 뿌리 뽑으려 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으로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김흥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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