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3월 정무(제2)차관으로 임명을 받고 얼마 되지않아 수석대표의
자격으로 여성의 유엔총회라고 할수있는 "유엔여성지위위원회"제37차
회의에 다녀왔다.

이 회의는 3월17일부터 26일까지 빈 국제센터에서 개최되었는데 세계
1백68개국 국가 또는 국제조직에서 5백여명이 참석하였다.

회의에 참석키 위해 떠나는 우리대표단은 국가대표단,특히 여성대표로서
느끼는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가슴이 절로 펴지는 상당한 자부심을 안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94년부터 당당한 위원국으로 진출하게 되었을
뿐만아니라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개최되는 95년 북경세계여성회의 준비와
관련하여 각별한 의미를 지닌 회의였기 때문이며 이에 걸맞게 우리나라가
동위원회에 참석한이래 최초로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파견하는 회의였기
때문이다.

금번 회의의 중요의제는 "여성발전을 위한 나이로비전략 이행검토""제4차
세계여성회의를 위한 준비"와 "법률적 지식을 포함한 권리에 대한 여성의
인식제고""극빈여성에 대한 보호문제""평화정착과정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관한것이었다.

각각의 의제에 대한 제안과 일반토의 결의안 설명과 심의가 순서대로
심도있게 진행되었으며 제38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 잠정의제 채택과 제37차
동위원회 보고서 채택을 끝으로 12일동안의 회기를 마쳤는데 매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일정으로 바쁘게 진행되어 그야말로 숨돌릴 틈조차
없었다.

또한 본회의장밖에서는 각종 그룹별 국가별 비공식 회의를 통해 끊임없는
토론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결의안을 작성하고 각국의 협조를
구하는등 시종일관 활기넘치고 분주한 가운데 진지한 토론과 열기로
가득하였다.

우리대표단은 "여성에 대한 폭력철폐선언 초안""여성 환경과 개발"등
4건의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였으며 비엔나주재 G77의장국으로서
G77공동으로 "인종차별하의 여성과 어린이""여성과 발전""극빈여성"등에
관한 3건의 결의안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공식적인 회의일정에 적극 참여하는것 외에 타국대표단과 만나는
기회마다 또 우리대표단 주최 오찬 리셉션을 만들어가면서 그동안
여성각료의 임명을 비롯한 고위정책 결정기구에의 여성위원 참여율을
높이는등의 여성지위향상과 권익증진을 위한 새정부의 여성정책을 홍보하고
실제적인 경험을 소개했다. 이에대한 각국 대표들의 관심은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다른해와는 달리 이번 37차회의에는 많은 나라에서
여성장관 차관 대사급의 고위직 여성들을 수석대표로 파견했으며 이런
현상은 각 나라마다 여성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언어 인종 문화를 초월하여 공동의 문제와 공동의 인식을 지닌
여성으로서의 공동체의식이었다. 저멀고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의 여성들이
심각하게 토로하는 남녀불평등 문제에 대해 지구의 반대편에 사는
남미여성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있었으며 유럽의 여성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환경보전운동은 한국에서 우리 여성들이 펼치고 있는
바로 그것이었다. 2주간에 걸친 회기동안 다루어진 모든 의제를 통해 세계
여성은 서로의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각국의 경험을 경청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누렸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여성문제는 이미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고유한 문제로
끌어안고 있을 것이 아니다. 여성문제의 해결은 국제적인 정보망과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그 성취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여성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여성지위가 세계적 수준에서 결코 뒤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이제 그동안 우리의 위상을 홍보하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동시에 이번 회의에서 결의한 바 있는 팔레스타인이나
구유고여성에 대한 강간과 약탈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등
세계의 여성문제 해결에 우리나라 여성도 적극 참여하여 책임감있게 한
몫을 담당해야 하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위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것은 폭 넓은 시각과
국제문제에 대한 전문여성인력의 양성이다. 이미 지역적.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크고 작은 여성관련 회의와 워크숍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많은 여성들을 참가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 실질적으로 국제여성의 일원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
활동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종합적인 계획수립은 물론 다른나라 여성들의
문제와 활동에 관한 정보수집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