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경제5개년계획에 반영키 위해 4일 발표한 "공정경쟁질서의
정착과 기업경영혁신부문"은 경제력집중완화,소유분산에 전반적인
정책기조를 맞추면서도 재계의 반발이 컸던 급진적인 정책은 일단
제외시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는 소유분산등을 통해 기업의
전문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해 나가되 현실경제여건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할수
있다.

우선 경제력집중완화시책의 대표적인 사례로선 대규모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간 채무보증수준을 현행 자기자본의 4백%에서 96년3월말까지
2백%로 줄인뒤 그 후에 더 축소하겠다든지,출자할수 있는 상한선을
순자산의 40%에서 하향조정하겠다는 내용을 들수있다.

더욱이 대규모기업집단을 계열회사수나 소유분산정도를 감안해
추가지정한다든지,계열사수가 많은 그룹은 30대밖의 대기업집단이라도
내부거래를 실시하겠다는 것도 경제력집중완화의 의지를 읽을수 있는
부분이다.

비공개계열기업의 공개유도,무의결권 우선주발행한도축소,공익법인을 통한
변칙상속및 증여규제등 소유분산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도 상당부분이
망라돼 있다.

정부는 이러한 대기업정책을 "혁신"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혁신"에서
한걸음 후퇴한 부분도 적지않다. 예컨대 대기업이 지고 있는 은행빚을
주식으로 맞바꾼다는 "은행차입금의 출자전환"등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방침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아 백지화됐음을 확인하고 있다. "상속세및
증여세의 강화만으로는 대기업그룹의 소유집중을 빠른 시일내에 해소할수
없다"던 정부가 이같이 방침을 선회한것은 최근의 재계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재계의 반발을 사가며 급진정책을 쓰다간 현재의 침체경기를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기업분할명령제나 투자회수명령제등 신정부출범이래 끊임없이 나돌던
혁신적 아이디어도 빠졌다는 점에서 이같은 풀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 "혁신적 정책"이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보기도 힘들다. 경제력집중완화,소유분산등의 정책기조가
변하지 않는한 언젠가는 다시 적기를 찾아 햇빛을 볼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적기는 경제가 되살아날때로 점칠수 있다. 특히5개년계획기간중에
경제력집중억제나 소유분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물밑으로
숨어버렸던 "은행대출의 출자전환"이나 "기업분할명령제"같은 초강경조치가
다시 등장할수 있는 가능성도 적지않다. 이와관련,공정거래위원회의
고위관계자는 "은행대출금의 출자전환을 도입하려 했으나 반발이 심해 일단
제외시켰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건만 성숙되면 언제든지 재론할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안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