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연을 마치자,시즈부인은 그방에다가 그들 신혼부부를 위한
신방(신방)을 차렸다. 신불(신불)이 지켜보고 있는 그방에서 하룻밤이나마
부부의 인연을 잘 맺게 하기 위해서였다.

새 침구를 가져다가 깔고,둘이 함께 베는
"고야스마쿠라"(자태침:원앙침)를 꺼내왔다. 아들딸을 많이 순산하라는
뜻의 고야스마쿠라는 마쓰코의 혼수용으로 미리 마련해 두었던 것이다.

침구 머리맡에는 "이누하리코"(견장자)를 가져다 놓았다. 이누하리코는
흙으로 빚은 개의 인형인데,머리는 사람이고,몸뚱이는 개였다. 개가
마귀를 쫓는 짐승이라고 하여 초야에 신랑신부가 자는 머리맡에 그런
인형을 놓아두는 것이었다. 그 이누하리코는 시즈부인이 결혼할 때 사용한
물건이었다. 그러니까 모계(모계)로 대물림을 하는 셈이었다.

병풍도 두르고,등잔불 대신 촛불을 켰다. 그리고 신랑신부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합환주(합환주)를 나눌 "교노젠"(향선:야물상)도 차려다가 병풍
앞에 놓았다.

신방에 들어간 신랑신부는 먼저 교노젠을 가운데 놓고 마주앉아 합환주를
마셨다. 예식 때와 축하연 때는 잔에 입술을 댔을 뿐이던 마쓰코도 신랑과
단둘이 마주앉자 제법 몇 모금 꼴깍꼴깍 마셨다.

곧 눈매가 곱게 물든 마쓰코는 자기도 모르게 불쑥 신랑을, "오빠" 하고
불렀다.

"오빠라니,허허허.이제 오빠라고 불러선 안되지" "호호호. 그럼 뭐라고
부르지? 여보라고 불러야 되나?" "그렇지" "여보" "왜?" "내일 집에
돌아오는 거지?" "뭐라구?"
지사에몬은 제법 술기운이 있는데도 그만 표정이 심각해진다.

"돌아와야 된단 말이야. 안 돌아오면 나는 어쩌려고." "아니,마쓰코,지금
진정으로 하는 소리야?" "진정이지 그럼.당신은 이제 내 남편이 됐잖아.
그러니까 나하고 같이 살아야지. 안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느냐 말이야"
"헛헛헛."
어처구니가 없는 듯 지사에몬은 그만 껄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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