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기를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올들어 선박수주량이 크게 늘어 사상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수주량은 늘었지만 선가가 떨어져 "알맹이"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있다.

또 95년이후의 시황에 대해서도 조선업체들이 각각 다른 전망을 하고있다.

올해말까지 예정된 조선산업합리화조치의 조기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95년부터 호황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있으나 현대중공업등
여타 조선업체들은 선박해체량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한 95년이후에도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의 조선경기를 밝게 보는것은 수주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조선협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등 조선업체들은 올들어
5월말까지 65척 3백21만2천GT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무려
6백98.4%(물량기준)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물량은 최대수주를 기록했던 지난91년 연간 수주량 5백43만GT의
59%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박영업담당자들은 "올해 수주물량은 91년 수주분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며 한마디로 "외화내빈"양상이라고 진단한다. 선가가
낮아 채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올해 조선호황기였던 91년에 비하면 평균 20%정도 떨어진값에
수주계약을 맺고있다.

올들어 유조선의 GT당 선가는 평균 6백38달러이다. GT당 선가는 90년
6백64달러에서 91년 8백40달러로 치솟았다가 지난해는 6백42달러로
떨어진후 올들어서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살물선(벌크캐리어)의 GT당 선가는 90년 8백4달러,91년 7백2달러,지난해
6백72달러에서 올들어서는 5백93달러로 더욱 떨어졌다.

선종별 신조선 계약선가도 호황기였던 91년에 비해 최고29%하락했다.
케이프사이즈급 살물선의 91년도 척당 계약선가는 평균 5천6백만달러였으나
올들어서는 4천만~4천1백만달러로 낮아졌다.

이같은 선가하락은 국내 조선소들이 물량확보에만 급급해 선주를 상대로
저가수주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따른것이다.

선가하락으로 한진중공업은 올들어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이철
한진중공업이사는 "중형조선소로서는 다른대형조선소들이 선주에게
제시하는 가격수준에서는 도저히 채산을 맞추기 어려워 수주를 않는편이
낫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조충휘상무는 "선가하락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수주분을
인도하는 시점인 94~95년도에는 불황기였던 86~87년에 버금가는
채산성악화가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장기시황전망은 설비신증설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업체들간에 큰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해상물동량증가와 노후선박의 대량해체로 오는 96년부터
2000년까지 조선호황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이중선체 유조선건조의무화에 힘입어 96년부터 2000년까지 2천만GT의
건조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세계 총선복량의 60%를 차지하는 유조선과 살물선의 경우 15년이상된
노후선박이 각각 57%(초대형원유운반선은 70%) 37%에 달해 95년부터 연간
1천5백만GT이상의 노후선박이 해체될 것으로 보임에따라 장기적으로 호황을
예측할수 있다고 삼성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등 다른 조선소들은 선박해체량이 늘어나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항상 웃돌기 때문에 호황을 속단할수 없다고 주장한다. 96년부터
2000년까지 2천만GT의 발주량이 예상되지만 세계조선사들의 총시설능력은
동구권을 제외하더라도 2천5백만GT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오는98년에 약 70척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발주가 예상되나
세계도크규모는 1백10척을 지어낼수 있게돼 시설능력을 넘어선 초과수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일부에서는 현재의 조선시황이 불황기였던 80년대중반이후의
세계조선시장구조와 비슷해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저가수주를 자제하고 원가절감을 통해 조선소체질을 강화해야 할때라는
것이다.

또 일본의 경우처럼 정부가 시황에 따라 조업조정과 과잉설비감축등으로
가동률을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김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