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성 악양현에 살고있는 리우준씨는 농사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농민이다. 그는 "모주석(모택동)시절이 그래도 좋았다"고 말한다. 그가
세월을 한탄하는 것은 먹고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때문이다.
농산물값은 정체상태인데도 농기구 비료등의 생산재 가격은 폭등,수익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북경의 호화상가인 왕부정가. 이곳 백화점에는 고급소비재를 찾는 인파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백화점 의류코너에 있는 "피에르카르댕"상표의
옷은 2천원(약3백40달러)에 팔린다. 일반 노동자월급의 5배수준이다.

이 두사례는 중국 도농간 소득격차가 얼마나 크게 벌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또한 지나친 공업화에서 파생된 농촌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지난해 농촌주민 1인당 연소득은 약7백84원(약1백33달러). 이는
1천8백26원에 달했던 도시지역 주민 연간소득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개혁개방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한 지난78년만해도 농촌주민의
연수입은 도시주민소득의 70%에 육박했었다. 개혁정책이 도농간
소득격차를 넓혀놓은 셈이다.

지난달 상해시에서 열린던 한 세미나에서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농민이
10a(1천평방m.3백평)를 경작해서 1년간 얻을수 있는 소득은 지난89년의
3백71원에서 92년에는 1백50원으로 떨어졌다. 상해주변 절강성 농민들은
현재 평균30a의 농토를 갖고있어 1년 순농업 소득이 4백50원에 달한다.
이는 도시근로자의 평균 월급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개혁개방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은 도시주민의 소득수준은 크게
향상되어갔다. 지난 13년 동안 도시주민의 소득수준은 약 5배가 늘었다.
도시주민들은 유통 운수등의 부업을 통해 돈을 벌기도 하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부수입을 올린다. 일부 기업가들은 외국인과의
합작사업으로 떼돈을 벌어 졸부로 등장하기도 한다.

도농간 소득격차는 농촌인구의 맹목적 도시 유입(맹유)현상을 낳았다.
해마다 봄이되면 도시의 기차역에는 시골을 떠나온 이농인구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인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농인구는 약 4천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호적에 나타난 인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일뿐 실제
이농인구는 9천만명을 넘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10년사이
남한인구의 2배가 되는 농민이 도시로 몰려든 것이다. 이들 이이농구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업자로 전락,도시 의 빈민층을 형성한다.

도농간 소득격차및 이로인한 맹류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농촌경제가
핍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3년간 추진됐던 개혁개방정책이 주로
도시지역,특히 남부 연안도시에 초점이 맞추어 진데서 오는 부작용이었다.
수리시설 경작기 계화등의 농업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수 밖에 없었다.

정부의 농산물가격 통제정책도 농촌의 소득수준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중국은 식품가공업체의 적자를 막아주고 인플레압력을 제거하기위해 지난
89년이후 농산물가격을 거의 동결하다시피 했다. 반면 농기구 비료등
농업용 공산품가격은 가격통제에서 벗어나 크게 올랐다. 올들어서만도
화학비료는 약20%,경유는 거의 2배가 오르기도 했다. 농민의 소득이
낮아질수 밖에 없다.

중국은 그간 이같은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촌 곳곳에
향진기업을 설치 육성해왔다. 대부분 민간레벨로 운영되는 향진기업은
실제로 농촌의 잉여인력흡수와 농가 소득증대라는 제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현재 2천만개가 넘는 향진기업은 전체공업생산량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고용인구도 약1억여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향진기업이 농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직도 농촌에는 약1억5천만명으로 추산되는 잉여노동력이 존재한다.
향진기업은 그간의 무분별한 난립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헤친다는
부작용이 표출하고 있어 추가설립 여지가 크지 않다. 1억5천명의 농촌
잉여노동력은 농업에서 소화할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결국 농촌문제 해결은 농촌의 공업화가 아닌 농업자체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만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국은 최근들어서야 농촌의 소득수준낙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등소평은 지난달 "90년대 경제 사회문제는 농업분야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농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것 이라고 강조했었다.

이붕총리도 "농업공작(업무)은 치국의 대문제"라고 말하고 앞으로 정부는
농촌주민의 소득향상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예산안에서 농업관계 예산은 2백91억원으로 작년보다 12%가 늘었다.

중국의 농업진흥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추진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것같다.
다만 중국이 그간의 공업화과정에서 격어야 했던 농민의 희생을
보상해주어야할 시기에 직면했음은 분명하다. 중국 현대화개획의
최종목표가 전체국민의 74%달하는 농민의 복지향상에 있기때문이다.

<한우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