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남서부 사천성 성도인 중경. 작년12월 이곳에서 농민들의 거센
시위가 발생했다. 농민들은 은행 우체국등을 차례로 습격했다. 시위의
원인은 이들 금융기관이 마땅히 주어야할 곡물수매대금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은행으로서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곡물대금이 "농민의 돈"임을
알고있지만 지급할 현금이 없었던 까닭이다. 이들 은행은
중앙은행(중국인민은행)으로부터 할당받은 곡물대금 마저 다른곳에 모두
써버렸다. 최근 홍콩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발생한 농민폭동이
올들어서도 계속되고 있으며 확인된것만도 1백건이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금융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수출증가등에 따른
고도성장이 지속되면서 금융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비능률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금융구조의 왜곡 현상이 갈수록 심화돼가는 것이다.

은행 예탁금이 빠르게 빠져나가 부동산 귀금속시장등으로 몰리면서 투기성
자금으로 변한다. 그런가하면 음성적 사금융의 성행으로 자금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에도 문제가
발생할수 밖에 없다.

최근들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금융왜곡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플레.

작년초 등소평의 남부개방도시 순방을 계기로 시작된 제2의
성장드라이브정책에 따라 은행에서 투자명목으로 돈이 일시에 풀렸다.
작년 통화량(M2기준)증가율은 36%를 기록했다. 이는 곧 인플레를 낳았다.
올4월중 도시지역 인플레율은 17%에 달했다.

인플레는 은행에 쌓여있던 자금의 이탈을 가져왔다. 인플레를 피해
더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곳으로 흘러갔다. 지난 3개월간 은행 수신잔고는
약7억7천만달러가 줄었다. 개방정책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현재 은행외에서 유통되고 있는 통화량은 작년말보다 약20%포인트가
늘어난 60%에 달하고 있다.

은행에서 빠져나온 돈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부동산분야. 어마어마한
돈이 정부관리들이 직권을 이용,음성적으로 세운 부동산개발회사 손에
들어갔다. 외국기업유치를 목적으로 지정된 개발구가 이들의 투기장으로
변했다. 이런 탓에 개발구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남부 개방도시인
주해시의 경우 지난90년에 평방미터당 8백원하던 개발구 땅값은 현재 2천
5백원선에 거래되는 정도이다.

은행이탈 자금은 이밖에도 귀금속및 사치성 고가 소비재 시장으로
유입되기도 했다. 그중 일부는 증권붐을 타고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
자금의 실수요자인 기업에 돌아가는 비율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특히
은행과 특별한 관계(연줄)가 없는 중소민영기업은 돈 구경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금융구조 왜곡의 또다른 이유는 정부의 지나친 은행간섭에서도 찾을수
있다.

중국 대부분의 상업은행들은 어마어마한 액수의 국영기업 부실채권을
안고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압력에 의한 국영기업 정책성 대출은 계속
늘고있다. 작년 중국은행들의 국영기업대출액은 모두 6백10억달러. 이는
전년보다 20%가 증가한 것이다. 이는 곧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했고 은행의
자금대출 여력을 더욱 약화시켰다.

은행의 안일한 경영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은행은 중앙은행이 규정한 지불준비금 비축조항을 무시하고 있다.
지불준비율은 총예금의 6%. 그러나 일부 개발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은 지불준비금확보율이1%에 불과하다. 사천성에서 일어난
농민폭동도 이같은 이유에서 발생한것이다.

은행들은 또 유동자산보다는 회수기간이 10년이상인 고정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1.4분기중 고정자산 투자증가율이 당초 계획치보다
약30%포인트나 높은 68.9%에 달한것이 이를 말해준다.

중국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의식,지난달15일 예금금리를 기존의
6.89%에서 8.08%로 1.19%포인트 인상했다. 예금의 이탈을 막고 지하로
잠적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는 인플레를 잡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이밖에도 중국은 국영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의 축소,은행의 운용자금을
흡수할수있는 은행간 시장(콜시장)의 활성화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로는 금융왜곡을 근본적으로 치유할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금리인상에도 불구,예금금리는 주요도시
인플레율의 절반수준에 불과하기때문이다. 인플레율이 예금금리보다
높은한 은행예금 이탈은 계속될것이 뻔하다.

중국의 일부 정책당국자들은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더욱 강경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고있다.

이들은 우선 개발구 확대를 강력히 통제하고 부동산붐과 같은 투기현상이
살아질수 있도록 성장억제 정책을 써야한다고 강조한다. 예금금리를
최소한 12.5%까지 올려야하며 은행에 주어졌던 자율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이는 지난1년간 추진돼왔던 성장드라이브정책의
대폭적인 후퇴를 의미한다.

<한우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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