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신경제5개년계획 금융개혁안은 단계적이긴 하나
금융시장에 시장원리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담고있다.

자율과 개방화추세에 맞추어 금융기관의 경영자율화폭을 넓히고 기관간
울타리를 허물어 상업성을 회복토록 제도와 관행의 탈바꿈을 시도하겠다는
방향을 정한 셈이다.

신경제5개년계획이 아니더라도 금융산업의 위상재정립은 오래전부터 줄곧
제기돼왔던 과제다. 자금조달과 배분,심지어는 은행의 인사까지 정부가
지배해온 관치금융의 폐해로 비효율이 한계에 이르러 있고 시장개방에
대응해 금융산업자체의 경쟁력을 제고하는게 시급해진 탓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개혁안에서는 <>정책금융 축소 <>여신관리제
완화<>내부경영자율화<>통화간접 관리등 자율성제고분야에 큰 비중을
두고있다. 반면에 <>업무영역조정 <>신규진입및 탈퇴<>흡수
합병<>특수은행 개편등 금융산업내부의 구조조정쪽에서는 현실적인
부작용을 너무 우려한 나머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접근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마디로 정부와 금융기관간의 관계에서는 진일보한데 비해
기관간 경쟁촉진에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우선 정책금융축소는 금융계입장에서만 보면 상당한 변화로 받아들일수
있다. "원칙적"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당장 6월에 종료되는
정책금융을 폐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책금융신설을 금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일반은행의 정책금융을 폐지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한 대목이다. 정책금융
축소에따른 재원조달방안이 없어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없지않으나 방향에
합의한것만으로도 적잖은 변화라할수있다.

여신관리제도도 완전폐지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오는 96년께는
10대계열기업군에 대한 군별 한도관리로 축소,형식적인 규제만 남겨놓도록
했다.

특히 금융의 사금고화방지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은행에 대한
동일인 소유지분한도 축소와 제2금융권에 대한 지분한도신설을 오는
97년부터 추진토록 해 현실을 고려한 인상이 있기는하다. 그러나 연내에
계열기업에 대한 여신과 지급보증주식보유규제등을 대폭 강화,높은
차단벽을 쌓도록 함으로써 경제력집중 억제의지도 적지않게 반영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융개혁안은 "개혁"이라기 보다는
"개선"에 머물렀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들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현실적인 반발이나 부작용을 우려해 가급적 현체제를 유지하는
수순을 택해 전체적인 개혁의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중 중앙은행 독립문제를 언급하지 않은것이 가장 큰 흠으로 지적된다.
금융자율화의 요체라할수 있는 중앙은행의 위상문제를 빠뜨려 금융자율화가
단순한 "규제완화"차원으로 전락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또 업무영역조정도 관련기관의 반발을 의식,고유업무보호를 강조한 결과
일부 부수업무를 겸영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신규진입.탈퇴나 흡수합병문제는 거의 거론조차 안된 점도 이번 개혁안의
부실요인으로 꼽힌다. 신규진입은 이미 방침이 정해진 지방단자사의
종금사전환 정도만 재확인하고 있다. 앞으로 경쟁이 격화되면 부실기관이
생기게 마련이고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확보가 불가피한데도 이들 문제는
"경쟁 여건이 확보된 이후"로 미루어져있다.

특수은행은 당분간 현체제를 유지토록 했고 농수축협과 체신금융등 돌연
변이로 생겨난 금융기관들의 장래에 대해 결론을 못낸채 유보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있다.

홍재형재무장관은 얼마전 "개혁은 장기판의 졸처럼 진행돼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진행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후퇴없이 전진시켜야 개혁이
성공한다는 논리였다. 이번 금융개혁안도 홍장관의 말처럼 대체로
단계적인 전환을 택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쳐 "개혁"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횡보한 곳이
적지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