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각료중에서 그동안 가장 많은 화제를 뿌린 장관을 꼽으라면
단연 황산성환경처장관일게다. 울음보를 터뜨리거나 TV에 출연할때마다
언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개성"을 잃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시절에 쌓아놓은 명성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다시 자세를 잡은 그는
"업무로 말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주요 현안및 정책방향등을 차곡차곡
챙기기 시작했다. 황장관의 얘기를 들어본다.

-장관실의 벽과 유리에 방탄시설이 돼있다면서요.

<>신문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전두환전대통령이 퇴임후 사무실로
쓰기위해 방탄시설을 했다고 합니다. 뜯어고칠 생각도 했으나 내년초
과천종합청사로 이전할때까지 그냥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여자 이름치고 "산성"은 무거운 느낌이 듭니다. 사춘기에는 이름에서
오는 열등감도 있었겠네요.

<>목사인 아버지가 저의 출생신고를 하러가던중에 이름을 잊어버렸답니다.
그때 문득 "너희는 산위에 세운 성이다"라는 성경의 구절이
떠오르더랍니다. 그래서 "산성"이라고 호적에 올렸답니다. 이때문에
친구들로부터 국민학교때는 이순신장군 시의 "한산섬"으로,중학교때는
"알칼리성의 반대"라고 놀림당했습니다. 어릴때는 이름을 바꿔달라고 떼를
써보기도 했으나 안바꿔주더군요.

-황장관은 몇개월 안되는 재임기간동안 언론에 집중적으로
부각되었습니다. 힘들지 않았습니까.

<>(무슨 얘기인지 알겠다는듯 웃으면서)유명세때문에 당하는 고통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의외로 빨리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남이 저를
조금만 비판해도 못참는 성격이었어요. 어쩌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으로부터
야단맞으면 울정도로 자존심이 강했습니다. (언론을 겨냥해)이번에
총체적으로 국민들한테 당하고 나서야 강인해졌습니다. 큰
훈련기간이었지요.

공인이 되니까 비판만 받고 자신을 변명할 기회는 없더군요. 어떤 분은
"기자와 국회의원을 만날때는 냉장고에 간과 쓸개를 넣어두고가라"고
하더군요. 속을 많이 삭이기로 했습니다.

-다시는 출입기자들과 싸우지 않겠습니까.

<>싸울 일이 있으면 싸워야 되겠지만 되도록이면 안싸워야
되겠지요(얘기가 지나쳤다는 표정으로 웃음). "1백%"다시는
충돌하지않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장관은 출입기자들과의 유대가 돈독해야 하지 않습니까.

<>업무에 대한 비판은 "솔직히 잘못했다"고 시인할수 있습니다. 기자들의
의견도 신중하게 듣겠습니다.

-국민들은 장관의 눈물을 긍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장관이 눈물을 흘려서는 안된다는 것은 옛날 양반의 "위선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감정이 있는 것인데 장관이기 때문에 감정을 반드시
숨겨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서구민주주의국가의 지도자들은 마음이 동할때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
깔깔대고 웃어도 그 국민들이 공인답지않다는 생각은 갖지 않는것
같더군요.

-그렇더라도 우리 국민의 정서가 있지않을까요.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의 풍토 때문이지요. 저는 우는 것이
"잘못됐다""국민들에게 잘못 보인다"는 생각을 전혀(이 부분을 힘주어
강조)하고 있지않습니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장관이라고 폼잡을 생각은 없습니다. 영국의 대처수상은 체면차리지 않고
점잖게 걷지도 않는데요. 지도자는 위선과 가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장관직 맡은것을 후회해본적은 없습니까. 변호사를 계속했더라면 더
편했을텐데요.

<>그런 측면은 있습니다. 장관이라고 특혜나 대우를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의 모든것을 희생하면서 국가에 봉사하려고 합니다.
출입기자들이 일치단결해서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칠때 마음속의 분노는
말로 표현할수 없었습니다. 인생관을 바꾸면서 장관 자리에 주저앉아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장관직을 그만둘 생각도 해보셨겠네요.

<>장관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래할까 하는 생각은
안합니다(최근의 언론과의 관계를 의식해 문민시대는 언론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갖지 못한게 잘못이라고 부연설명). 장관직 수락을 말렸던
가족들은 언론과 저의 관계가 이상해지니까 "지금 상황에서 그만 두면
안된다"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가족들까지 말렸더라면 그만 뒀을텐데
가족들은 "더 열심히 일하라" "고통을 이겨나가라"고 충고해 주었습나다.
스스로 교만했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장관직을 열심히 수행하여야 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제활동 자체가 오염배출 행위를 수반합니다. 신경제정책과 환경보전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입니까.

<>이미 세워진 중장기계획을 통해서 물 쓰레기문제등을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재원이 부족한것은 사실이나 지금까지 환경부문의 정책이
후퇴한적은 없습니다. 환경부문을 도외시하고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기업은 없습니다. 지나치게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다 보니까
환경행정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정해진
환경기준치를 양보하는 일을 결단코 없을것입니다.

-1천8백만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내의 유명인사 호화별장을
철거할 생각은 없는지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제한하기 이전에 지어진 것들입니다. 이들
별장중에는 이동찬 코오롱그룹회장과 전두환전대통령 소유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회장을 한 모임에서 만나 "팔당호속에 별장이 있지요"라고
했더니 이회장이 "그속에서 안삽니다"라고 하더군요.

현재 정부는 상수원 보호구역 안에 오염배출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호구역지정 이전에 들어선 시설물에 대해서는
철거하거나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취임 일성으로 물문제를 얘기하셨지요.

<>물관리체계가 보사부 건설부 환경처 지자체등으로 다원화돼 있습니다.
적어도 건설부와 환경처의 업무중 "물행정"은 일원화되는게 합리적입니다.
보사부가 "생수시판을 맡아주면 환경처가 물관리를 가져가도 좋다"는
떠도는 얘기가 있고 각 시.도는 정수장 관리에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부처간의 이해대립관계가 심각합니다. 중요 정책의 결정자에게
물관리체계의 단순화안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골프장 건설때 거치는 환경영향평가는 잘되고 있습니까.

<>전임자들의 일을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올하반기에
환경영향평가법이 발효됩니다. 이제는 부정부패와 비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일생에 오점을 남기지않는 공직자가 되자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원하지않는 환경영향평가는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에 황사현상이 심각합니다. 한중간에 장거리오염물질 규제에 관한
협약을 체결할 생각은 없는지요.

<>지금까지 황사의 정확한 성분이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의 성분을 조사하기위해 조만간 서해안에 먼지측정선박을
띄울 것입니다. 이렇게 수집된 조사분석자료를 토대로 중국측과
환경협약을 맺을 것입니다. 황사발생의 원인을 모르면서 중국측에
책임지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북한이 황해에 오염물질을 버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미처 그 부분에 대한 지식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양오염에
대한 정부의 조사분석이 미흡하다는것은 시인합니다.

-환경투자를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이 뒷받침돼야 할텐데요.

<>올해 환경처 예산은 9백2억원. 지방자치단체의 환경관련 양여금을
합쳐도 3천1백27억원 수준입니다. 예산이 절대부족한것은 틀립없습니다.

-재원마련을 위해서 환경세를 신설할 계획이라면서요.

<>환경투자 재원을 마련하기위한 용역보고서가 6월말 나옵니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환경세 신설문제가 제기돼왔으나 개인적으로는 환경세
도입을 원치않습니다.

그러나 환경투자재원은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마련돼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원인자 부담의 예를 들어주시지요.

<>폐기물의 예치금및 부담금의 적용품목을 확대하고 적용요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오염배출업소들에 방지시설을 갖추도록 유도하되 이들이
허용기준치 이상으로 배출할때는 부과금을 물리고 벌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재원확보의 방안으로 공채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요.

<>중장기 환경투자계획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중 부족분을 공채 또는
외채로 충당할 생각입니다.

-상수원보호구역등에 환경계약제(오염권판매제)를 도입할 계획은
없는지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폐기물의 예치금및 부담금 인상계획이 업걔와 관련부처의 반발로
용두사미격으로 끝났습니다. 환경처가 제구실을 못하는것 아닙니까.

<>환경행정이 어렵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올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자원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중 예치금및 부담금의 요율을 낮추되
적용시기및 품목은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정책이 "신경제정책"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이달초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게
환경"이라고 관련부처 장관들에게 서두를 꺼내놨습니다. 관련부처장관들의
협조가 있을것으로 생각합니다.

-점차 미국 일본등 선진국들이 환경을 무역규제의 잣대로 삼는 추세인데
우리대책은 어느정도의 수준인가요.

<>부끄럽게도 뒤따라가는 정책을 펴고있습니다. 대외무역관계에서 막다른
골목에 가서야 비로소 관련된 국제환경협약에 가입하는 현실입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국무위원들의 관심은 어떻습니까.

<>국무회의에 앉아있을때 솔직히 서글퍼집니다. 공사석에서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해놓고 막상 정책을 집행할 때는 도외시되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각 부처가 예산확보에 바쁜데다 환경 자체가 워낙 큰 돈이 들기 때문에
"환경"을 슬슬 피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환경에 대한 생각은 일치하고
있으나 각부처의 현안에 급급합니다.

-앞으로 환경행정을 펼치면서 울지않으실는지요.

<>이제 업무로 말하겠습니다. 업무추진중에 힘없이 울지는 않을
것입니다(이말을 해놓고 황장관은 웃었다. 그리고 수첩에 깨알처럼 적힌
주요 현안 9개를 설명하는등 여성장관으로서의 꼼꼼함을 보여줬다)
<정리=김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