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발표한 신경제5개년계획 세제개혁안은 그동안 지적돼온
세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시정하면서 세수를 늘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마디로 "형평성 확보를 통한 증세"라 할수있다.

계속 확대되는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될수록 세금을 많이 거두되
증세의 과녁을 "가진자"에게 겨누어 그간의 재정기능확충과 불균형개선을
한몫에 거두겠다는 뜻이다.

이번 계획이 증세를 겨냥할수 밖에 없었던데는 이유가 있다. 조세부담률
(국민총생산에 대한 조세징수액 비율)자체가 선진국보다 낮기도 하지만
각종 비과세및 감면조항이 널려있는 현행 세제로는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감당할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조세부담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19.4%로 영국(30.4%)
프랑스(25.2%) 미국(21.2%)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와 비슷하던 시기를 비교하더라도 역시 낮다는 점은 부인할수 없다.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민 조세부담이 그만큼 가볍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세제개혁안에서는 <>조세감면규제법 전면 재검토<>상속
증여세및 양도소득세 감면조항 축소<>각종 공제제도 축소등 "감세축소"를
분명히 내세우고있다. 근로소득세도 마찬가지로 "증세대열"에 끼여들고
있다. "근로소득세는 깎아줘야한다"는게"성구"처럼 인식돼있는 사항에서
근로소득세 면세점 인상을 억제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점에서 그렇다.
공공법인의 법인세율 상향조정,부가가치세 과세특례자 축소등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계획에서 강조하는 또하나의 특징은 과세형평이다. 재산및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소득계층이나 종류간 불균형을 바로 잡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있다. 벌어들이거나 가진만큼 세금을 매겨 세금이
불공평하다는 여론을 불식시켜보자는 구상이다. 이번 신경제5개년계획
세제부문 계획을 굳이 "개혁"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준것도 바로 이
연유에서다.

예컨대 <>이자 배당소득 합산과세<>금융자산소득과세<>공익법인에 대한
상속증여과세 강화<>종합토지세 과표현실화<>1가구다주택
세대별합산과세등이 대표적인 방안들이다.

따지고보면 경제에 관한 불만가운데 세제에 대한 비난이 으뜸인것도
재산과 소득과세의 미흡에서 비롯한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대형주택에
대한 세금(재산세)이 소형승용차의 자동차세액에 불과하고 상속과 증여세도
이런저런 이유로 과세망을 빠져나가는게 현실이다. 소득원이 유리알처럼
투명한 봉급쟁이들만 에누리없이 세금을 "뜯기는"것 역시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번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상상을 넘는 재산보유규모가
드러나 서민들을 허탈하게 한것도 바로 이같은 과세의 허술함을 읽게한
대목이다. 정부가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응능과세원칙을
확립,세정차원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관리와 과세포착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수 있다.

정부가 세제개혁안으로 제시한 방향은 이런점에서 커다란 이견이 있을수
없다. 그러나 "개혁"이라기엔 "전반적으로 함량미달"이라는게 중론이다.
지나치게 증세일변도로 돼 있다는 점도 비난의 빌미가될수 있다.

개혁치곤 함량미달이란 소리는 우선 금융실명제와 세제를 연계시키지 못한
점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실명제가 워낙 민감한 과제여서 별도로 방안을
제시하겠다는게 당국의 설명이긴 하다. 그러나 실명제를 전제하지
않음으로써 이자 배당소득 합산과세등은 말 그대로 "캐치프레이즈"로 그칠
공산도 적지않다. 신경제5개년계획 수립지침에서 제시한 토지 건물
종합재산세는 입안과정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또 "개혁"이라는 명분에 집착해 "순리"를 벗어난 대목도 있다.
종합토지세의 세율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실효세율을 2~3배로
높여나가 겠다는게 그 단적인 사례다. 앞으로 재산보유과세가 강화되면
"변칙 조세"인 토지초과이득세는 존립자체가 재검토돼야하나 이부분도
"자신없이"슬쩍 넘어갔다.

이밖에 논란이 되고있는 특별소비세과세 대상및 세율조정,유류세의
목적세전환등은 결론을 못낸채 유보시켜 장기계획이 졸속처리된 인상도
없지않다. 특히 앞으로 증세를 밀고나갈 과정에서 부딪칠 조세저항은
걱정거리가 아닐수 없다.

이제 남은 과정은 이번 개혁안을 입법화하는 일이다. 내용은 다소
미흡하나 전체적인 방향이 제대로 잡혀있는 만큼 정부의 개혁안이 과거처럼
정치권에 의해 굴절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