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말 (주)팬텀과 (주)동성화학의 합동임원회의석상. 이때는
동성화학의 골프사업부가 (주)팬텀으로 독립된지 두달남짓한 시기였고
팬텀은 모회사인 동성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였다.

동성의 한 임원이 말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요즘의 골프분위기는 위축일로입니다. 한회사의
힘으로는 도저히 반전시킬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때에는 그저 조용히
지내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금년 팬텀오픈골프대회는 규모를 좀 줄여야
할것 같습니다"
모두가 무거운 표정이었다. 골프용품판매는 사실 최악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고 가까운 시일내에 호전될 기미는 전혀 없었기 때문. 몇몇 간부들이
그임원의 제안에 동조했다. 이때 (주)팬텀의 박보원사장이 말했다.

"우리회사는 골프업계의 상징적 기업입니다. 이 어려운때에 우리마저
움츠러든 모습을 보이면 한국의 골프는 설땅을 점점 더 잃게 될것입니다.
팬텀오픈은 골프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상금을 증액해 왔고
그것은 프로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나쁘다고
해서 상금을 줄이면 회사의 이미지는 물론 프로를 비롯한 골퍼들에게 큰
실망을 줄것입니다. 팬텀만큼은 오히려 상금을 늘려야 합니다"
대회를 집어치우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거꾸로 상금을 증액하자는
발언은 당연히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그러나 박사장의 설명은 계속됐다.

"대회의 총예산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해달라. 그러면 상금을 제외한
부문의 경비를 최대한 절약,그 절약금액을 가지고 상금을 증액하겠다.
회사의 추가부담없이 상금을 늘리고 그같은 상금증액은 골프업계 전체에
어떤 용기를 줄수 있을 것이다"
임원들의 설왕설래에 종지부를 찍은것은 (주)동성화학의
백정호사장이었다.

"박사장의 생각에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이렇게 해서 금년도 제12회 팬텀오픈(6월9~12일 88CC 서코스)은 상금이
늘어났다. 남자부총상금은 지난해 1억원에서 1억2천만원으로,여자부는
3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늘어나 총상금은 3천만원이 증액된 1억6천만원이
된것.

"골"자와 관련된 업계는 모두가 죽을 쓰고 몸을 사리는 판에 오히려
상금을 늘린것은 요즘 같은 분위기에 사실 대단한 결단이었다. 그러나
"절약"해서 늘리는 것이니 모두가 떳떳했다.

이에따라 금년 팬텀오픈은 상금규모에 비해 다른부문은 크게 검소해진다.

우선 대회 팜플렛부터 종이의 질이 낮아지고 컬러사진도 줄어든다. 대회
현수막 숫자도 크게 감소된다.

판촉용으로 지급되던 볼이나 티셔츠도 사라지고 광고비도 대폭 삭감된다.

이상이 (주)팬텀의 상금증액 스토리이다. 여기에는 요즘 골프계에
요구되는 "그무엇"이 있다. 새시대에 맞는 "절약"이 있고 용기있는
"합리성"이 있다.

프로들의 기를 죽이지 않아야 경기력이 향상되고 대회를 활성화시켜야
한국골프가 발전하는것 아닌가. 팬텀스토리는 암울한 골프계에서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라는 느낌이다.
<김흥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