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허.내가 그랬나요?" "좀 멋대가리 없더라니까요" "멋대가리가
있으면 뭐라고 말하죠?그럴 때." "응,갚아주고 말고 이렇게 말해야죠"
"남의 남자한테 시집간 것도 미운데,그 원수까지 갚아줘야 멋대가리가
있나요?"
세키가 내뱉은 그말에 시즈부인은 그만, "어머나" 하면서 호들갑스럽게
놀란다.

"헛헛허."
세키는 거의 무의식중에 입밖으로 튀어나온 자기 말에 자기가 좀
무안해져서 필요 이상 껄껄 너털웃음을 웃어댄다.

"아하,그렇군요"
뜻밖의 말에 다카하시는 지금까지의 짓궂은 농담이 목구멍 속으로 쑥
기어들어가 버린 듯 눈이 휘둥그래지며 대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세키는 좀 어색해진 분위기를 휘저으려는 듯이 걸걸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다 술기운에 해본 소리죠 뭐. 진담이라면 이렇게 원수를 갚아주려고 내가
왔겠어요" "취중에 진담인 것 같은데요. 어디 반드시 시즈부인의 원수를
갚아드리려고 거사를 도모하는 건가요" "허허허.다카하시상,자꾸 물고
늘어지지 마시구려"
좌석이 거북해진 듯 시즈부인이 조용히 일어선다.

잠시 후,시즈부인은 아리무라지사에몬을 데리고 도로 좌석으로 돌아왔다.

누군가 싶어서 세키와 다카하시는 젊은 그를 주기가 몽롱한 시선으로
멀뚱히 바라본다.

"인사 드려. 이분은 미도에서 오신 세키데쓰노스케 도노고,이분은 에도의
미도 번저에 근무하시는 다카하시상이야"
시즈부인이 두 사람을 소개하자,지사에몬은 정중히 꿇어앉아서 두 손을
다다미에 짚고,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고개를 숙인다.

"누구지? 아들인가?"
세키가 묻는다.

"우리 아들은 죽었잖아요. 죽은 유노신 대신 아들처럼 생각하고 같이 살고
있어요" "아,그래?"
시즈부인은 시선을 다카하시 쪽으로 옮기며 말한다.

"다카하시상은 알텐데요. 사쓰마 번저에 근무하는 아리무라유스케상
있잖아요. 그 유스케상의 동생이에요" "아,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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