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국회의원을 마침내 `피의자''로 만드는데 결정적 진술을 한 홍모
여인(43).
유력인사들과 교분이 많아 `제2의 정인숙''으로까지 불리는 홍여인과 박
의원의 만남은 수영장에서의 `목례''로 시작됐다.
홍여인과 박의원의 만남, 그들의 `은밀한 주연''과 정덕진씨(53) 형제들
과의 관계에 대해 홍여인이 법원의 증거보전절차와 검찰조사과정에서 진
술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홍여인은 지난 86년경 서울 강남지역에서 고급유흥업소를 경영하는 친
구와 함께 하이얏트호텔수영장에 들렀다가 친구의 단골고객인 박의원(당
시는 안기부장특보)을 만나 간단한 목례만 나누고 지나쳤다.
홍여인은 며칠 뒤 친구의 유흥업소에 들렀다 이곳을 찾은 박의원과 재
회,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뒤 둘은 급속히 가까와졌다.
박의원이 홍여인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집을 찾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
인 87년경부터.
박의원은 이따금 가까운 측근들과 함께 와 은밀한 주연을 벌였다.
전국회의원 N씨를 비롯 건설업자 및 H호텔사장등이 동행했다.
이들 일행 외에 낮모르는 사람이 한두명씩 끼어들기도 했다.
대개 다른데서 1차술자리를 한 그들은 젊은 여자 1명씩을 파트너로 데
리고 와 밴드를 불러 놓고 주연을 벌였다.
검찰은 박의원이 홍여인 집을 드나든 시점이 제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87년경부터인 점으로 미루어 박의원이 이곳을 `비밀스런 정치''를 위한
`안가''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주연에 쓰인 안방등에 대한 사진 채증까
지 해놓았다.
홍여인은 박의원의 권세가 시들해지기 시작하던 지난해 봄 이집을 전세
놓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홍여인과 정덕진씨 형제들과의 만남은 더욱 기연이다.
홍여인은 자신과 친밀한 관계였던 체육계 거물 김모씨가 지난 83년 작
고하면서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아 서울 인근의 한모텔을 운영했다.
그러나 주변 건달들이 유형무형의 압력을 행사하면서 영업을 방해, 여
자 혼자몸으로 감당키 어렵게 되자 84년경 모텔을 매각했다.
홍여인으로부터 바로 그 모텔을 인수한 사람이 정씨의 동생 덕일씨(44)
와 정씨의 동업자인 오모씨. 이들은 얼마후 모텔을 호텔로 바꾸고 슬롯머
신업소 허가까지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덕일씨와 알게된 홍여인은 1,2년정도 덕일씨와 꽤 친숙한
관계를 유지했다.
홍여인이 박의원과 사귀면서 덕일씨와의 관계는 다소 소원해졌다.
그러나 정씨형제들에 대해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된 직후인 90년 10
월 덕일씨는 홍여인을 찾아가 박의원과의 면담 알선을 부탁했다.
이에 홍여인이 바로 다음날 박의원에게 덕일씨와의 면담을 부탁하자 박
의원(당시는 민자당 당무위원)이 쾌히 승낙, 덕일씨가 홍여인 집으로 찾
아가 박의원을 만났다.
덕일씨는 당시 수표추적을 할 수 없도록 헌 수표로만 5억원을 007가방
에 넣어갔다.
들어갈 때는 덕일씨의 손에 들려있던 007가방은 나갈때는 박의원 손에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