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지런하던 독일인들이 일을 잘 하지 않으려 든다고 한다.
얼마전 독일 유수의 6개 연구기관이 합동으로 실시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독일근로자의 연중 유급휴가는 평균 30일로 주요선진국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11일)과 미국(12일)의 거의 3배다. 주당
근로시간은 37. 6시간으로 가장 짧고 시간당 임금은 26. 23달러로 가장
높다. 남보다 많이 놀고 적게 일하고,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급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휴일로 공장이 하루 놀면 독일 산업전체로
55억마르크(2조8,000억원상당)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산업계가 휴일
줄이기 로비에 안간힘이고 노조와 가톨릭교회,여가 애호그룹들이 이에
극성스럽게 맞선다.

통일 여파로 세금부담률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3. 7%로 기록적으로
높아졌다. 연간 수십억달러의 "통일 직접비"말고도 엄청난 간접비용이
인플레의 형태로 국민경제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휴지쪽"같은
동독마르크를 1대1로 서독마르크와 맞바꾸어 준데 따른 대가다. 연간
인플레율은 5%로 연방은행 분데스방크가 감당할수 있는 인플레 수준의
배이상을 이미 넘어섰다. 내년에 잘 해야 "제로 성장",독일경제의 "구조적
위기설"로 이어질만도 하다.

전후 지금까지 독일은 이상적인 "비즈니스의 고장",소위 "Standort
Deutschland"로 주위로 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다. 경제외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견실하고 근면한 노동력,그리고 노사간 산업평화가 하나의
모델로 정립된 "스테이터스 플레이스"(satus place)였다. 동쪽
산업지대에서의 잦은 노사분규로 이 "독일 모델"도 흔들리고 있다.

그 첫 몸부림이 산업의 엑소더스(국외탈출)다. 슬로베나아 헝가리
폴란드등 임금수준이 낮은 나라로 생산공장을 옮겨가는 것이다. 그
대상국가의 하나로 미국도 올라있다. 자ehd BMW가 시간당 임금이 15달러
수준인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생산공장을 건립키로한데 이어 독일산업의
간판 벤츠는 해외생산망 확장을 위해 독일업계의 "금기"를 깨고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주식을 연내 상장키로 했다. 또 하나의 "전후심벌"의 붕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