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와중인 요즘 슘페터경제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케인즈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케인즈가 재정정책에 의한
유효수요의 창출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고자 주장한데 반해,수요보다는
생산을 중시해 공급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이를 극복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의미에서 두사람은 전혀 다른 입장에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
셈이다. 슘페터는 여러가지 생산요소의 신결합에 의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자본주의자체가 갖는 다이내미즘(활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말해 원기가 살아나는 경제이론이라고 볼수 있다.

슘페터의 이론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것은 "불황은 가뭄끝의 단비"라고
하는 유명한 문구이다.

케인즈에 있어서 불황은 외과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제의
"중환자"였지만,슘페터는 반대로 균형에서 정지와 정체에 들어간 불황의
시기야말로 자본주의가 새로운 발전을 찾아 활동을 개시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슘페터에게 불황은 결코 비관할 상태가 아니고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싹을 틔우는 "단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슘페터의 이론을 간추려보면 이러한 논리는 더욱 명확해진다. 자본주의적
생산활동은 경쟁을 원동력으로 발전하지만 성숙상태에 들어가면 상호에게
균형잡힌 경쟁이 정지해 버린다. 자본주의는 활력을 잃고 불황상태에
돌입한다. 이는 경쟁의 원리를 갖지 못한 사회주의경제가 결국 악화상태에
빠지는것과 같다.

이 정체상태를 뚫고 자본주의본래의 다이내미즘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창조적파괴"를 하는 기업가이다.

슘페터는 이를 "기업자"란 개념으로 부르고 있지만 이 기업자란 오늘날
말하는 기업인 내지는 경영자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인이나 경영자를 뜻하는 것은 아니고 불황중에 돌파구를
찾아내는 유능한 기업가 경영인을 말한다.

필자가 한때 이같은 "기업자"의 미국사례를 "기업발전의 사적연구"(한국판
김영래역 기업발전사 양영각간)란 책으로 냈지만 록펠러 카네기 포드 코닥
시어즈 힐튼과 같은 혁신적인 기업가는 많다. 이들은 세상을 선도하는
참신한 창의와 기술로 돌파구를 찾아내고 미경제의 다이내미즘을 발휘시킨
것이다.

필자가 슘페터의 경제학을 원기가 솟는 경제학이라 한 것은 이같은
때문으로 창조적파괴를 행한 기업가의 예가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패전후의 일본이나 독립후 한국에서 많은 독창적인 기업가 경영자가
배출돼 곤란한 상황중에서 돌파구를 찾아 오늘의 경제발전기초를 쌓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모리타 아키오(삼전소부.소니),도요다 에이지(풍전영이.
도요타),혼다쇼이치로(본전종일랑.혼다),마쓰시타고노스케(송하행지조.
마쓰시타)등 이루 헤아릴수없는 기업가들이 일본경제의 번영을 유도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우의 김우중,삼성의 이병철,현대의
정주영,한진의 조중훈,쌍용의 김석원,롯데의 신격호등 많은 기업인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가능케한 초석이 됐다.

이들은 처음엔 선진국의 기술이나 경영을 모방했지만 "창의와 연구"로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고 시장을 개척,자본주의의 다이내미즘을 맡아
수행해왔다.

그러면 오늘의 불황에 어떻게 대처할것인가란 문제에 대해 슘페터의
이론중 간과해서 안될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기업자"란 어디까지나
개념일 뿐 현실의 기업가 경영자개인은 아니란 사실이다.

즉 T형차라는 저가격의 차를 시장에 투입,대량생산에 의해 세계시장을
석권하던 때의 헨리 포드는 혁신적 기업가였다. 그러나 이를 고집해서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결국 GM에 추월당했을 때의 포드는 이미 "기업자"가
아닌 것이다.

이 사실은 기업환경의 변화에 대응할수 없는 기업가 경영자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가르쳐준다.

혁신을 추구한 기업가는 일시적으로는 창업자이익을 향유할 수 있지만
다시 신규업자가 나타나 이를 추월하면 별다르지 않은 사람이 돼버린다.
새로이 창조적 파괴를 행하는 혁신적기업가가 출현,자본주의의
다이내미즘을 거듭 회복시키게 된다.

따라서 불황에 있어서 기업가 경영자는 이제까지의 연장선에 안주해서
안이한 경영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신기술개발보다 효율적인 경영조직의 도입,새로운 마케팅기법의 채택등
지금까지 성숙된 시장을 "창조적으로 파괴"시킬수 있는 혁신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한가지는 불황이란 시장성숙화에 의한 일종의 과점상태에서 오는
정체가 있다.

이후 시장에는 반드시 공백이란 것이 생긴다. 이는 반드시 과거의 명마가
잘 달리는 것이 아닌 상태를 뜻한다. 이사실을 남보다 빨리 꿰뚫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기업가에게 다음 자본주의의 다이내미즘을 앞서
끌어나가는 역할이 주어지게 된다.

일본에서 보면 게임기기의 소프트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석권,거대기업인
신일본제철이상의 이익을 내고있는 소기업 "임천당"이나 "세가"가 좋은
예라 할수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미성숙 산업사회이며 새로운 기업가가 진출할 여지는
태산처럼 크다. "콜럼버스의 달걀"은 아니지만 최초로 달걀을 세운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 그리고 오늘의 불황은 정말로 "불황은 가뭄의 단비"란
슘페터의 설파대로 혁신적기업가 경영자가 배출될 좋은 기회인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거듭해서 성장하겠지만,지금 이를 담당할 "기업자"가
나타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