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에 있는 (주)영전(대표 김종태.52)은 시청각종합설비의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이다. 동종업계의 다른 업체들이 시청각설비의
단순설치공사만을 대행하는데 비해 이회사는 건물구조와 용도에 따라
적합한 시스템을 기획 설계 제작하고 이의 시공까지 수행한다.

지난82년 삼성그룹연수원의 AV설비공사를 비롯 지금까지 포철연수원
무역협회등 5백여 대형건물의 시청각시스템 구축을 수행한 실적을 올렸다.

철저한 신용과 사후서비스가 뒷받침된 결과였다.

굵직한 고객이 늘면서 영전의 매출은 매년 30%이상 증가,지난해 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회사는 이제 20년간의 노하우를 살려 관련기기의 직접 제작에도
참여,재도약을 시도하고있다. 핵심기자재를 들여와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것이다. 관련장비를 하나씩 개발하며
시청각기기제조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4월 전량수입에 의존해온 프롬프터(영상자막대중연설장치)를 개발한
것을 비롯 밝은곳에서도 사용할수 있는 원형회전스크린환등기도 새로
선보였다. 이 환등기는 암실에서만 사용할수 있었던 기존제품의 단점을
보완한것으로 홍보용 기자재로 큰인기를 끌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영전은 조명기구로 쓸수있는
환등기(76년)오버헤드환등기(76년)스피커가 내장된
강의탁(86년)수입제품보다 밝기가 두배에 가까운 등대회전등명기(92년)등을
속속 개발해 시청각기자재의 수입대체에 이바지했다.

김사장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기가 성장하려면 범용화된 전기전자
통신기술을 응용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전은 수요처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다품종소량으로 기자재를 제조,이를 시공한다.

물론 핵심부품은 자체생산이 불가능해 대기업등에 의존해야한다. 하지만
이를 적용,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응용기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

사장실은 물론이고 공장곳곳에 복잡한 기계들이 수없이 분해돼있는 것만
봐도 영전의 기술개발과정을 엿볼수 있다. 침착한 김사장의 경영전략에
힘입어 이회사는 유선통신 기계공사업 수급한도액 순위에서 금성정보통신
삼성전자등 대기업에 이어 7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분야에서 입지를 굳혔다.

전남 순천출신인 김사장이 이 분야에 처음 뛰어든 것은 지난 7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청각기자재를 수입판매하는 회사에서 10년간 일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시청각기기구축 분야에서 일인자가 될수있다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당시 종로골목에서 직원 두명의 수리업체로 출발한 회사가 이제는 올해
매출목표 70억원을 넘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사장은 기계분해가 취미. 해외출장때마다 전시회나 외국유명사에서
사모은 첨단기기를 들여와 엔지니어들과 뜯어보는 습관을 갖고있다.

창업멤버로 지금까지 김사장과 일해온 조갑훈차장과 이동호과장은
"김사장이 개발투자를 위해 접대비를 너무 아껴 처음온 고객들이
푸대접으로 여길 정도였다"고 귀띔한다.

76년 오버헤드 환등기를 개발할 무렵에는 어렵게 마련한 집까지 팔아
회사를 지탱하기도 했다.

공장 바닥의 나사 하나까지 줍는 김사장이지만 기술개발을 위한 자료나
샘플만은 엔지니어들이 필요한대로 구입할수 있도록 배려를 한다.

영전의 부천공장은 요즘 부쩍 활기에 차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92년개발한 바이오패드가 대우전자의 올해 냉장고
신모델에 채택됐기 때문이다. 바이오패드는 전자장의 전위차를 식품
신선도 유지에 활용한 제품이다.

김사장은 오존발생기 바이오센서등도 개발해 건강산업에까지 진출한다는
오랜꿈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오현주기자>